by. 지서

윤섷 in Military Dystopia

<주의> 약물, 사망, 총기 관련 소재가 포함되어 있으니 트리거에 주의바라며 전체적으로 내용이 어두우니 시청에 유의 바랍니다. 

 

 

  1. 카르샤(부) 부대는 리투브(정) 병사들 통제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2. 카르샤(부) 부대가 리투브(정)에 파견 올 시, 소속은 리투브(정)로 넘어간다.  
  3. 카르샤(부) 측은 리투브(정) 병사의 신원조회를 할 수 없다.
  4. 리투브(정) 측은 언제든 본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나라의 총 통치자가 없어진 시대. 각 나라 군대의 수장이 통치 하는 시대. 

이 세계의 터는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카르샤'. ‘리투브', 그리고 ‘낙원'이라 불리우는 곳. 

대개의 생존자들은 ‘낙원’ 따위 없다고 하지만, 있다고 믿고 싶은 곳이라고 정의 된다.

 

  카르샤는 쉽게 말해 상류층 세상이다. 가구마다 집은 물론 개개인 사는 데에 어려움이 전혀 없다. 당연시 되는 군 훈련조차 17세 이상만 한 달에 한 번. 그에 반해 리투브는 생활 공간이 정해져 있다. 민간인들은 아이를 돌보아 주는 센터, 군 산하 오피스텔. 단 두 군데이다. 생활도 정해진 지원금으로만 가능하다. 8세 이상은 군 부대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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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성! 하사 윤종찬, 김중사님이…”

 

  “어어, 충성. 수신 받았다. 가.”

 

 

  별 하나 보이지 않는 흐린 날씨의 새벽, 비훈련기에 비상이라곤 걸릴 수 없는 본부에서 1명의 탈영 사건이 벌어졌다. 카르샤는 군대에 사람들을 가둬놓지 않았기에 탈영이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186의 큰 키를 자랑하는 남자는 귀찮은 티를 온몸으로 내며 굽어 있던 무릎을 천천히 펼쳤다. 하얀 피부에 이따금 내려온 다크서클이 안타깝다. 마른 세수를 해 붉어진 눈가로 검정색 뒤통수를 두어 번 친 후 분회의실로 향했다. 피곤해 죽겠는데.

 

 

  “그러니까… 너네 문젠데 왜 우리가 참작을 해야 돼? 센터장님한테 내가 털리라고?”

 

  “한번만 도와줘라. 우리 이하사 관등성명도 등신같이 대는데 *브라보 관리가 되겠냐?”

  *찰리 포대: A(알파), B(브라보), C(찰리)... 대포를 다루는 포병 부대며 포 방열 시 문답에 혼동을 줄이기 위해 붙이는 전포대 호칭.

 

  

  “그건 너네 하사 문제고. 손 떼고 있으면 해결 될 문제를 우리 부대 걸고 넘어지는 이유가 뭐냐?”

 

 

  휴가 잘린다는 명분을 가지고 책임을 넘기려는 김중사가 고까웠다. 일개 병사의 휴가를 신경 쓸 이유가 없는 김중사는 본인에게 책임이 생기는 걸 피하는 것이다. 평소 훈련시기에 3생활관 뒤 풋살장에서 빅팜이나 까먹고 앉아있는 꼬라지를 생각하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개미 눈꼽만큼도 생기지 않아 하품만 뱉어냈다. 도움을 청할 거면 다른 부서 찾으라며 행정반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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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에 한 번 카르샤에서 랜덤 4명, 자원 1명 총 5명이 리투브로 파견을 간다. 정반대인 도시로 굳이 넘어가는 이유는 딱 하나다. 훈련. 

 

 카르샤와 달리 리투브는 8세 이상부터 군 부대로 들어간다. 아예 군인으로 키워지는 것이다. 20년 전 일어났던 카르샤와 바르타의 전쟁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없어진 도시 ‘바르타' 안에 있던 작은 도시인 리투브는 사람 살던 곳이 아니었다. 현 리투브 사람들은 대부분 바르타에 살던 사람들이다. 

 

 그 당시 가장 큰 도시였던 카르샤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고 전쟁 중후로 가족이 없거나 홀로 남겨진 사람들은 전부 죽거나 극히 일부 방출됐다. 카르샤는 그렇게 상위층의 유토피아를 만든 것이다. 

 

 리투브는 멸망한 바르타의 자리에서 성장해왔다. 바르타 생존자들이 리투브를 키워 오직 군사훈련 하나만으로 도시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게 남은 도시는 카르샤와 리투브 둘 뿐이다.

 

 

  “정말 이렇게 아무런 짐 없이 가도 되는 겁니까?”

 

  “생활에 필요한 건 다 준다. 돈은 카르샤에서 들어오니까 충분해.“

 

  “정중사님은 왜 굳이 자원하셨습니까? 저는 지금 가는 것도 두렵습니다.”  

 

  “...상당히 개인적인 사유다. 병사들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투입되니 빨리 자라.”

 

  

  카르샤 파견병은 센터 산하 오피스텔에서 지낸다. 리투브의 군대는 군 센터, 군 본부, 군 부대로 이루어져 있다. 센터는 수장 및 상위 간부 소속, 본부는 간부 및 상위 군인 소속, 부대는 나머지 군인들이다. 파견병들은 보통 상위 부대로 들어간다. 

 

 아무리 리투브가 막장 훈련 도시라고 해도 반대편 도시까지 넘어온 병사에게 막장 부대를 배치하지는 않는다. 간부 둘은 본부로 배정받고 병사 셋은 부대로 배정되어 갈라진다. 

 

  

  “정윤호 중사님 맞으시고, 설명은 다 드린 것 같고… 생활은 제2관 303호에서 지내시면 됩니다.”

 

 

  벌써부터 빡세다. 높진 않은 계급이지만 나름 간부라고 왔는데 대우가 별로다. 한번 파견 오면 무조건 기본으로 2년은 있어야 한다. 그 2년을 이런 센터 직원 아래서 지내야 한다. 도시 외관만큼은 카르샤 뺨친다. 그 작던 소도시가 그 짧은 시간만에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좋았다. 

 

 리투브 사람을 한 명은 알아야 할 것 같아 긴 시간 지내게 될 방을 살핀 후 부대로 내려갔다. 파견병 통제는 리투브 권한이니 어느 부대로 들어 갔는 지 모른다. 본부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  간부한테 주어지는 일정이 어렵지 않음에도 대부분이 파견을 피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카르샤 측은 리투브 병사 통제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훈련 하나 받겠다고, 강해지겠다고 우리 병사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최소 2년을 살아야 한다. 강한 사람은 강한 만큼 불행하게 될 거라는 말은 누가 만들어 낸 것일까. 시작이 좋지 않았다. 카르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부조리가 리투브에선 너무나도 당연시 되었고 그에 대한 통제 또한 없었다. 

 

 일반 병사들보다는 훈련이 적은 탓에 시간이 많았다. 파견병은 일과와 훈련을 같이 진행하는 것이 메뉴얼이지만, 모종의 이유로 정윤호는 제외되었다. 마침 훈련이 없는 날이며 제2관 청소하는 날이었다. 정윤호의 방은 정윤호 이전에 누군가 썼다고 말하면 믿지 않을 정도로 깨끗했다. 

 

 대충 이부자리 정리 후 먼지만 닦아내었다. 생활은 보급품이고 짐도 거의 없이 몸만 온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에 풀 짐이 많지도 않았다. 끽해야 지갑과 담배 정도. 저녁 시간까지 할 것이 없던 정윤호는 쓰레기장 옆에 있는 흡연구역으로 갔다. 새끼 손가락 길이 즈음 되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아. 라이터.

 

  “저 혹시 죄송하지만 불 좀 빌려주시겠습니까.”

 

 일반 병사치곤 눈썹까지 오는 긴 머리에 날카롭게 동그란 눈으로 올려다보는 남자는 흔쾌히 불을 붙여줬다. 키는 칠십 팔…구? 묘하게 낯이 익었던 그는 센터 직원이 입고 있던 것과 같은 져지를 입고 있었다. 아무래도 간부겠지. 발 앞등으로 작은 돌들을 굴리며 말 없이 연기를 뱉어내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못 보던 얼굴인데.”

 

 원래 리투브 사람들은 초면에 반말하는게 취미인가. 센터 직원도 처음엔 반말하다가 눈을 한번 마주친 후에 존댓말을 하더라. 그 많은 부대의 사람들 얼굴을 전부 알 리가 없으니 뱉은 말이겠지 싶어 기분 나쁜 티를 내진 않았다. 

 

  “파견 왔습니다.”

 

  “…아.”

 

 아차 싶었다. 일반 병사면 파견의 존재 자체를 모를 수 있지만, 간부라면 카르샤 사람인 걸 바로 알 것이고, 이 시간에 훈련을 받지 않는 다면 간부라는 것까지 유추가 가능 할 것이다. 카르샤와의 전쟁을 직면했던 사람들이 태반일 테니 달가워 하지 않을 법 하다. 이 남자의 관등도, 이름도 몰랐지만 이미 찍힌 것 같았다. 중사씩이나 달고선.

 

  “본부 소속 박성화 대위. 카르샤 사람이지?” 

 

  ”맞습니다. 전…“ 

 

  ”정윤호 중사… 센터로 올라가지 굳이 리투브로 왔나.“

 

  박성화는 알려준 적도 없는 정윤호의 이름과 소속을 전부 꿰고 있었다. 거의 필터 끝까지 타 들어간 담배를 땅으로 던져 모래로 덮어 끄고 흡연구역을 나섰다. 벙찐 정윤호는 아무 말도 뱉을 수가 없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이, 내 정보를 전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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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우리 잘생긴 박대위님이 또 누구를 캐러 오셨습니까~”

 

  “됐고, 신원조회 켜.”

 

  “만났습니까? 정윤호 중사?”

 

  “어. 담배 태우다 봤다.”

 

 

 센터로 출근하는 것도 귀찮다, 요새 이것저것 조회 시키는 게 많다며 입을 쉴 새 없이 떠들던 김상사는 일반 간부가 센터로 올 수 있는 것도 복 받은 줄 알라며 박성화에게 어깨 한 대 맞고 키보드 두들겼다. 빨간 창이 하나 뜨고 몇 가지 정보를 입력하니 정윤호의 얼굴부터 특이사항까지 한 눈에 확인이 가능했다.

 

 

  “오, 잘생겼습니다. 그런데 박대위님, 이 놈도 원래 카르샤에 있으면 안되지 않습니까?” 

 

  “대체 얘가 왜 온 거지.”

 

  “자원해서 왔답니다. 뽑기도 전에 제일 먼저.”

 

  “자원…? 지난 파견에 자원해서 왔다가 병장 하나 죽은 거 모르나.”

 

 

  2년 전 정윤호와 같이 가장 먼저 자원해서 파견을 온 병사가 있었다. 리투브로 왔던 이유는 단지 강도 높은 훈련을 받기 위해서. 기본적인 총기훈련과 전투훈련만 하는 카르샤와 달리 온갖 고강도 훈련은 다 한다는 리투브 군대에 자처해서 들어왔다가 병장이 높은 계급이 아니기에 카르샤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조리를 심하게 당했었다. 

 

  부조리만 심했던가. 남들 다 다니는 학교를 가고, 공부를 하고, 경제활동을 했으며 정해진 날에만 잠깐 군대 훈련을 갔으니 리투브 훈련은 1일 차에도 견디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몸이 따라주지 않아 정신 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힘들었고 끝끝내 총으로 관자놀이를 쏴 생을 마감했다. 

 

 총기 사용이 너무나도 자유로웠으며 리투브의 모든 사람은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병사의 자살 정도는 지나가는 해프닝 정도의 취급이다. 걱정은 커녕 장례조차 똑바로 치루지 않았다. 자살한 병사는 대충 근처 바닷가에 던져둔다. 

 

 

  “훈련을 위한 거면 더 일찍 오지 싶습니다. 이 놈 지금 중사입니다.”

 

  “모르겠다. 대화 해보면 알겠지.” 

 

  “그나저나 우리 정훈 장교님이 병신입니다.”

 

  “한소위한테 따져라. 나 간다.”

 

 

  

  재수 없었다. 박성화에게 보여지는 정윤호는 훈련은 커녕 머리 쓰는 일도 면제 받는 반쪼가리 간부일 뿐인데 대체 어떤 이유로 악명 높은 쓰레기 도시로 넘어 왔는지. 마침 정윤호가 배정받은 방은 박성화의 아랫집이었으며 흡연장에서 자주 마주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박성화의 소속은 본부지만 센터로 출퇴근한다. 파견 관리는 박성화 관할이다. 훈련은 꼭 필요한 훈련 아니면 움직이지도 않는다. 저 사람이 중대장 맡았으면 그 부대 관리는 끝이라는 이야기들을 한다. 그만큼 센터에서 중요한 사람이다. 병사들은 마주칠 일 거의 없는 중장한테 경례도 관등성명도 생략한다. 고개만 까딱 해도 문제없다. 

  

 정윤호라는 사람이 궁금해졌다. 그 재수 없는 남자가 단순히 리투브에 자원한 이유부터 보직조차 편한 곳으로 배정된 이유. 그리고 정윤호 존재 자체. 흡연장에서 마주쳤을 때 묘한 낯익음은 정윤호만 느낀 것이 아니었다. 박성화도 어디선가 정윤호를 마주했던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훤칠하고 잘생긴 사람이라 그런 것인가 싶었다. 

 

 403호에 살고 있는 박성화는 져지 안주머니에 대충 담배와 라이터만 쑤셔 넣고 아랫 층으로 내려갔다. 할 일 없어서 방에 있을 정윤호가 뻔하다. 호흡 한번 가다듬고 손등에 그림자 지게 노크를 했다. 

 

  “박, 충성! 중사 정…”

 

  “나 볼 때 관등성명 대지 마. 들어가도 돼?”

 

  “아, 네. 들어오셔도 됩니다.” 

 

  말 편하게 하지 그래. 저와 같은 져지를 걸치고 문을 열어준 키 큰 재수탱이. 자연스럽게 익숙한 보급품들을 훑었다. 아무리 봐도 개인 짐이라곤 담배 몇 갑과 지갑, 액자 하나. 

 

  “싸제가 하나도 없네.”

 

  “최대한 가볍게 왔습니다. 생활은 보금품으로 대체 가능합니다.”

 

  “말 편하게 하라니까. 나 불편해?”

 

  솔직히 정윤호는 불편한 감정도, 편한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오늘 흡연장에서 처음 마주친 잘생긴 남자가 알고 보니 계급은 대위였고 경례 따윈 하지말란다. 심지어 정윤호를 알고 있다. 정윤호는 박성화에게, 박성화는 정윤호에게. 서로 궁금한 점 투성이었다. 제2관 303호는 조용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어색한 적막만 공기를 채울 뿐이었다. 

 

 정윤호는 어색함을 깨보고자 먼저 제안을 던졌다. 내일부터 3일 간 정윤호에게 주어진 일과는 없다. 저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호감도를 올리려는 노력을 할 뿐이었다. 

 

  “내일 출근 하십니까.”

 

  “아니. 나에게 출근은 자유다. 다만 부르면 가야 해.”

 

  “저랑 나가시죠. 동쪽부터 차례로 구경하고 싶습니다.”

 

  아예 밖으로 외출을 하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긍정의 끄덕거림. 도시 구경을 명분으로 센터 바운더리를 넘어간다. 사실 박성화는 그 바운더리를 넘어선 적이 거의 없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쉽게 나갈 수 없다. 

 

  “동쪽은… 제4센터다. 거긴 갈 수 없어. 하지만 나가자니 반가운 소리네.”

 

  “제4센터는 가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가면 죽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편해. 거긴 생존을 다루는 곳이야.”

 

  정윤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제1센터는 도시 중앙이었고 제4센터는 바로 동쪽이다. 카르샤에서 리투브로 오는 수송선은 제4센터를 지나친다. 창밖으로 4센터를 보았을 때는 사람 형체는 커녕 쥐 한 마리도 보지 못했는데 죽는다니.

 

  “그리고, 내가 도망쳐 나온 곳이야.”

 

  “이유 여쭤봐도 됩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제4센터에 가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면… 언젠간 알려줄게.”

 

  내일 8시 쯤 내려올게. 준비하고 있어. 박성화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제4센터는 모든 센터의 소수 간부들이 배정되어 훈련받는 곳이다. 그 곳은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마다 약물 주사를 맞는다. 합법적이지 못한 약물이며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하는 약이다. 

 

 이는 사망해도 상관없다는 뜻과도 같다. 훈련소 옆 작은 연구소는 온갖 약물을 개발하고 생체 실험을 진행한다. 매 훈련 성적이 저조한 간부 한 명은 그 대상이 된다. 과한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할 시, 혹은 훈련 현장에서 불특정 이유로 사망할 시. 시체는 가능한 최대로 압축하여 로봇으로 개발해 카르샤에 넘겨진다. 이는 훈련이 제4센터로 배정받는 간부 이외엔 모르는 사실이다. 

 

 박성화는 간부 정기 훈련 때 규칙에 따라 같이 일하던 중위 한 명을 제 손으로 죽인 적이 있다. 그는 약물 부작용으로 전 훈련보다 성적이 3배 가까이 떨어졌고 당시 압축 실험을 진행하던 제3센터 수장은 진급을 조건으로 성적 1위였던 박성화에게 총을 쥐어주고 선택권을 넘겼다. 바로 죽일 것인지, 생체 실험으로 넘길 것인지.

 

 생체 실험은 생명줄을 잠시나마 연장한다. 허나 고통은 실험 차례가 더해질 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몸이 최악의 최악까지 망가질 바엔 죽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산 채로 끝없이 실험 당하는 것보단 사망 후 개발이 낫다고 생각했기에 이 모든 고민은 3초 안에 정리되었고 끝내 사살했다. 시체는 메뉴얼에 따라 연구소로 보내졌다. 박성화는 이 후에 제4센터로 배정받은 적 없다.

 

 카르샤의 모든 전투 장비는 리투브에서 지원 되기 때문에 어떠한 과정으로 만들어지는 지 카르샤 측에서 알리 없다. 막말로 리투브에서 자폭장치를 설치해도 카르샤는 항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한다. 리투브에서 보내는 사격 전용 로봇은 사망한 간부의 신체 일부가 포함되어 있다. 언제 벌어질지 모를 전쟁에서 사망 후에도 전쟁에 임했다는 표식이다. 

 

 어쩌면 식사보다 자주 찾는 쓰레기장 옆 흡연구역. 남중위를 죽였던 총 끝의 방아쇠 감촉은 아직도 생생하다. 사명감 없는 사살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꺾였던 순간이다. 매일 피우는 담배가 그 시간만큼은 가장 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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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8시 정각. 계단을 내려가며 상황을 그린다. 칼 같이 303호 문을 두드린다. 박성화와 같은 아우터를 걸친 키 큰 재수탱이는 문을 열어줄 것이다. 그리곤 하지 말라던 경례를 할 것이다. 경례하지 말라고 재차 얘기 할 것이다. 그렇게 박성화가 앞서 생활관을 나갈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예상을 벗어났다. 날씨가 좋다며 하얀 무지티에 센터후드를 걸친 정윤호는 먼저 303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경례도 하지 않았으며 어색함 없이 웃으며 박성화를 맞이했다. 박성화의 후드 자락을 살짝 당기며 출발한다. 

 

  “대위님, 못 주무셨습니까? 배 고프지 않으십니까? 나간다니 너무 설렙니다.”

 

  몇 시에 일어났는지 산책 나가는 강아지처럼 텐션이란 텐션은 최고치를 찍었다. 없는 강아지 꼬리가 보이는 것 같았다. 기본적으로 박성화는 6시에 기상하여 410호에 있는 의무실을 방문한다. 6시 30분 쯤 샤워를 마치고 아침식사를 한다. 오늘만큼은 정윤호와 외출을 생각하며 아침식사를 생략했지만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는 정윤호 귀에 꽂힐 수 밖에 없었다.

 

  “식사부터 합시다. 박대위님 좋아하시는 음식 있으십니까?” 

 

  “길도 모르면서 신나가지곤… 검문소부터 가야 해. 저녁에 들어올 거니까.”

 

  제1센터를 나가려면 남쪽에 있는 검문소를 통해 나가야 한다. 리투브 지역은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기에 신분 확인을 한 후에 외출 등록을 해야 한다. 

 

  “외출 등록만 하면 신고 안해도 됩니까?”

 

  “신분증으로 돌아다니는 거니까 검문소 지나면 알아서 센터로 정보 넘어 가. 그리고 나랑 있잖아.”

 

  검문소를 나온 정윤호는 당연하다는 듯 박성화를 끌고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박성화가 방으로 돌아간 후 *싸지방에서 가볼만 한 곳을 찾아봤다고 칭찬이 고픈 강아지처럼 눈을 마주치고 설명했다.  *싸지방: 사이버 디지털 정보방, 군대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곳.

 

 

 식사 후 이 곳은 구경하기 좋은 곳, 이 곳은 커피가 맛있는 곳, 이 곳은 놀기에 좋은 곳이라며 이것저것 뽑아온 리스트를 보여주었다. 삐뚤빼뚤한 글씨는 박성화의 해독력을 시험했고 그냥 인쇄하지 왜 손으로 적어왔냐는 질문에 정윤호는 손으로 적는 것이 낭만이지 않냐며 하얀 볼을 긁어내렸다. 

 

 정윤호는 소소한 일상을 공유했다. 카르샤는 훈련을 매일 하지 않기에 가끔은 일반 신문 속 퍼즐 맞추기를 누가 가장 빨리 하는지 커피값 내기를 했다고 한다. 마치 행정반에서 일과하기 싫은 병사들이 *라냉 내기를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라냉: 라면과 냉동식품. Px에서 구매 가능하다. 

 

 

 또, 원하는 사람만 학교에 다니고 그러지 않으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 정윤호는 학교에 다니다가 자원입대 했고, 졸업 후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이 훈련 받으러 왔을 때 마주하는 재미로 산다고 한다. 

 

 

 제1센터에서 외출하는 시간은 타 센터 정기 훈련밖에 없던 박성화는 정윤호가 리투브에 온 지 2일차가 맞는지 신기했다. 정윤호가 모든 코스를 데려가는 느낌이 들자마자 예전에 남중위가 데려갔던 딸기 케이크가 맛있는 카페를 떠올려서 가자고 하니 대위님도 외출이란걸 하기는 했었냐며 웃더라. 

 

  “대위님은 생일이 언제십니까?”

 

  “생일… 기억 안나는데.”

 

  “음… 그럼 특별한 날 있으십니까?”

 

   특별한 날. 박성화에게 특별한 날이라곤 간부 훈련 가는 날 말고는 없다. 그 날은 새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날이다. 박성화 앞에 있는 이 재수탱이는 그 곳으로 훈련을 가지 않았으면 한다. 서로 마주하지 않는 날까지 박성화의 예상을 벗어나고 궁금증이 끊기지 않는 재수탱이로 남았으면 한다. 

 

  “오늘을 특별한 날로 정하는 건 어떻습니까?”

 

  “왜.”

 

  “지인 하나 없는 리투브에서 친구랑 놀러간 날이잖습니까.”

 

  “친구 누구. 나?”

 

  “제가 지금 누구랑 있습니까, 박대위님입니다.” 

 

  정말 한 치도 예상할 수 없는 놈. 서로 알고 있는 소속과 계급, 이름 뿐인데 무슨 친구랍시고 특별한 날이고 뭐고.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보니 저녁 시간 때가 되었고 다시 제1센터로 돌아갔다. 검문소를 통과한 후에 정윤호는 기지개를 피며 소중한 시간 정말 재밌었다고 좋아했다. 생활관 3층까지 올라가 들어가라 하니 4층엔 올라가 본적이 없다며 방 앞까지 바래다주겠다 한다. 굳이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건 운동하는 셈 친단다. 

 

 심심할 때마다 내려오라며 방에만 있겠다고 했다. 박성화는 내일 센터로 출근해야 한다며 내려가라고 손짓했다. 저보다 한 뼘은 더 큰 덩치가 문 뒤로 사라지고 박성화는 책상 위 달력에 표시된 일정을 확인했다. 두 달 뒤 간부 정기 훈련이다. 제발 저 재수탱이가 제4센터로 훈련가지 않기를 바란다. 첫 훈련부터 이름값에 맞게 재수없이 제4센터로 배정 받는 순간, 즉시 내 손으로 죽여버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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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워 후 침대에 누운 정윤호는 천장에 그려진 무늬를 따라 눈을 굴렸다. 나름 박성화에게 호감도가 올랐을 거라 자부한다. 저 낯익은 잘생긴 대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파악을 못하고 있다. 오후에 갔던 사격장에서 정윤호와 단 20점 차이로 게임이 끝났다. 물론 박성화의 점수가 더 높았다. 정윤호가 자신 있었던 사격에서 아쉬운 점수 차로 끝나버리니 자연스레 다음을 기약할 수 있었다.

 

제5센터는 민간인들 거주지라며 제2센터와 제3센터의 경계가 가장 놀 것이 많다고 했다. 시간이 많지 않아 제3센터 끝은 볼 수 없었다. 제2센터 위주로 돌아다녔고 정윤호는 당연하게 박성화 이외 사람과 친해질 생각이 없었다. 

 

 북쪽 제5센터, 서쪽 제3센터, 남쪽 제2센터, 동쪽 제4센터. 도시 중앙인 제1센터 기준이다. 정윤호가 느끼기에 제4센터는 분위기만으로 사람을 압도한다. 다른 센터들과 같은 도시임에도 홀로 흑백 세상인 것 같았다. 박성화가 제4센터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기 때문이 아니다. 나름의 군생활 빅데이터다.

 

  동시에 제4센터가 궁금해졌다. 기초적인 군사훈련만 이루어지는 카르샤와 달리 가면 죽을 수 있다는 말을 가볍게 하는 박성화 덕에 간부 훈련 배정이 제4센터로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힘들다는 거겠지…”

 

 생각해보니 박성화 입에서 정윤호 세 글자를 들어본 적이 없다. 처음 마주했을 때 ‘정윤호 중사’ 한 마디. 

정윤호의 첫 목표였던 ‘리투브 사람과의 친해지기’는 팔십 퍼센트 정도 수행했다고 결론 지은 후 다음 목표를 빠르게 정했다. 박성화에게 이름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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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6시, 어김없이 박성화는 루틴을 반복한다. 6시 10분 의무실. 6시 30분까지 샤워. 7시까지 아침 식사. 7시 40분까지 출근. 어제까지 화창하던 날씨는 먹구름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고 신발장 안 쪽에 누워 있던 우산을 일으켜 땅에 질질 끌어갔다. 끌리는 우산처럼 온 중력이 박성화 왼쪽 다리를 끌어가는 것 같았다. 

 

 제2관에서 센터까지는 도보 10분 거리다. 자기 전 정리했던 폐기 문서들을 버리러 쓰레기장으로 내려가던 도중 저 멀리 하얗고 큰 덩치가 겹쳐보였다. 아침부터 재수탱이를 마주할까. 종이 버리는 상자에 문서를 대충 던져 버리고 흡연구역으로 들어갔다. 센터 져지 안 주머니에 항상 위치하는 라이터가 오늘의 공기를 맞는 순간 시야의 밝기가 줄어들고 박성화 입에 물린 하얀 담배 끝이 붉게 타 들어갔다.

 

  “출근 해요?”

 

 정윤호다. 항상 예상을 빗나가는 행동만 족족 골라 하던 재수탱이가 언젠가부터 모닝 담배 타임을 함께 한다. 약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둘은 꽤 가까워졌다. 어느정도 말도 편하게 하고, 비는 시간마다 짧게라도 같이 있으니 서로를 잘 알게 되었고 가끔은 대화로 밤을 넘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박성화에게 정윤호는 재수탱이였다. 재수탱이는 누가봐도 나 외출해요, 라는 얼굴로 웃고 있었다. 

 

  “...어. 나가게? 웬 모자,”
 
   “제3관 뒤에 호수 있다길래, 산책 좀 가려고요.”

 

  “오후에 비온다는데.”

 

 당장 내일이 간부 훈련이다. 닐씨는 둘째치고 8시면 센터 배정 결과가 나올 텐데 저렇게 해맑게 산책이라는 단어를 쓸 줄은. 정윤호만큼은 첫 훈련부터 제4센터로 가지 않길 바라던 박성화는 답답해지는 마음만큼 깊게 담배를 빨아들였고, 땅으로 흩날리는 재들만큼 걱정을 떨쳐버리고 싶었다. 필터 끝을 손톱으로 뭉갠 후 깡통에 던지고 인사없이 흡연구역을 나왔다. 

 

 오전 7시 20분. 센터 1층 신분증 겸 출입증을 태그해 엘리베이터를 타 6층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마자 김상사가 급하게 뛰어왔다. 오전 4시, 제3센터에서 제5센터 방향으로 폭격을 했단다. 그 시간대면 제3센터가 훈련할 시간대는 아니다. 게다가 제5센터는 민간인 거주 지역이다. 리투브에서의 내전은 식단에 나오는 우유 정도로 당연한 일이었으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폭격은 처음이었다.  

 

  “어느 부대야.”  

 

  “저희 센터 북쪽 불침번 서던 병사들이 발견하고 바로 수신병…”

 

  “됐다. 우리 센터도 아니고 지금 잠잠한 거 보면 지장 없을 거다. 참, 훈련 배정은?”

 

  “아, 박대위님. 그…

  목구멍에서 피맛이 올라온다. 재수탱이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걱정할 대상은 박성화 자신이었다. 최악이다. 제1센터에서 정기 훈련에 참여하는 간부가 몇인데 저 홀로 제4센터를 간다. 2년만에 좆같고 더러운 곳에 발을 디딘다. 제4센터로 훈련을 간다면 3일 간 박성화 자리가 빌 것이고, 훈련을 정상적으로 마치고 돌아오면 약 한 달 간 포상 휴가가 주어진다. 이는 한 달 넘게 박성화 자리가 빈 다는 것이다.  

 

  “왜 나야.”

 

  “이번 배정은 제4센터에서 직접 했다고 합니다.”

 

 걔네가 정말 사람이라면, 낮은 톤을 유지하던 박성화의 목소리는 폐에 과한 공기가 들어오고 숨이 턱 막힘과 동시에 끊겼다. 아, 사람 아니지. 계속 되뇌었다.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아니어야만 한다. 어쩌면 제3센터는 신호를 준 것이 아닐까 싶다. 제5센터는 대피를 준비하라는 신호. 

 

 제4센터로 훈련가는 걸 미리 알게 된 박성화는 준비를 위해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여기서 준비는, 센터장과 직접하는 가벼운 약속을 의미 한다. 본부에 있어야 할 박성화가 센터로 움직이기에 꼭 필요한 절차였다. 첫 번째, 제4센터 내부를 외부에 알리지 말 것. 두 번째, 훈련 마지막 날인 3일 차에 무사히 돌아온다면 월급을 인상해줄 것. 세 번째, 내전 발생 시 수송선에 태워 리투브를 빠져나가게 할 것.

 

 그다지 달갑지는 않다. 박성화에게 좋은 것이 없다. 제4센터 기밀은 외부에 알림과 동시에 사망이다. 외출도 소비도 즐기지 않는 박성화에게 많은 돈은 필요가 없다. 전쟁 시 전투 지휘를 하는 위치에서 도망을 친다는 것은 박성화 스스로에게 자존심 상할 일이다. 또 도망칠 수는 없다. 

 

 몇 가지 준비를 더 마치고 다시 근무 위치로 복귀하자마자 옆 자리 강중위가 말을 건다. 제4센터 훈련가기 전 날에 누가 일하냐며 퇴근하라는데 박성화 눈엔 감시하는 박성화가 없어진 후 짬처리 시키고 자기도 튈 생각인 것 같다. 꼭 이럴 땐 장단 맞춰주고 싶지 않다. 저를 간절히 바라보는 강중위의 이마에 검지 손가락 두번 째 마디를 튕긴 후 포스트잇에 글자를 끄적인다. 

 

  • 무사히 돌아와 사람다운 경례를 하겠습니다.

 

 그렇게 출근한지 두 시간만에 퇴근한다. 휴식은 뒤로 하고 제3관 뒤 호숫가에 있을 정윤호를 보러간다. 배정 센터가 궁금하다. 제1센터에서는 박성화만 제4센터로 가기에 제2센터를 예상한다. 가장 쉬운 훈련장이며 첫 훈련은 보통 제2센터로 보낸다. 

 

 정윤호를 마주한다면, 왜 벌써 퇴근이냐며 물을 것이다. 박성화는 정윤호에게 배정 센터를 물어본다. 해맑게 대답해준다. 박성화가 제4센터로 가는 사실을 안다. 걱정을 한다. 그 걱정을 뒤로 하고 방으로 돌아갈 것이다. 

 

 제3관 옆으로 트여 있는 산책로를 조용히 걷는다. 군데군데 피어있는 작은 꽃들이 박성화를 반긴다. 사람보다 죽음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저 작은 식물들이 동정 아닌 동정을 보내는 것 같았다. 산책로 끝자락에서 다시 앞이 어두워진다. 정윤호다.

 

 “걱정 되는 일 있어요?”

 

 사람에 대한 파악이 빠르다는 소리만 듣고 자란 박성화는 이번에도 실패다. 걱정되는 일이 있을 때는 단 걸 먹어야 한다며 초코바를 후드 주머니에서 꺼내는 것이다. 언제 샀는지, 유통기한이 꽤 길었다.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박성화는 먼저 물음표를 그렸다. 정윤호의 배정 센터는 제3센터다. 

 

 따로 걱정할 건 없다고 잠이나 푹 자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애굣살이 두터워지고 눈꼬리가 행복한 웃음을 보여주며 원래 잠 잘 잔다고 걱정 말란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물음표, 박성화의 배정 센터.

 

  “제4센터다. 어쩌면 마지막 인사일 수도 있겠어.”

 

  “훈련 끝나면 딸기 케이크 먹으러 가야죠.”

 

  “...그래. 가자. 먼저 들어갈게. 4일 뒤에 보자.”

 

  언제나 그렇듯 일방적인 인사. 정윤호는 눈치가 빠르다. 같잖은 위로를 건넬 바에는 차라리 좋았던 기억을 떠올려 주는 게 어쩌면 더 큰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 처음 놀러간 날의 기억 속 카페에서 박성화는 커피에 머핀을 먹을 것 같은 얼굴로 딸기 케이크에 딸기 라떼를 먹었다. 케이크를 한 입 먹은 후 낮았던 음계가 전조되었다. 초면인 목소리였다. 다시 그 카페에 방문해서 행복을 안겨주고 싶었다. 미래를 떠올리니 그 미래를 동정하듯 먹구름 또한 눈물을 땅으로 떨어뜨렸다. 길이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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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 당일. 7시까지 제4센터로 가야했던 박성화는 평소 루틴이 한 시간 앞당겨졌다. 매일 같이 가던 의무실도 가지 않았다. 불안한 각오를 껴안고 출발한다. 

 

 도착한 제4센터. 출입 심사도 없다. 이유 없이 방문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들어간 병사들은 모두 대기실로 들어갔고 차례로 약물이 투입되었다. 2년 전과 다르게, 두 가지 주사를 맞는다. 그 중 하나는 동일하다. 고통을 없애준다. 효과는 24시간 남짓이기 때문에 훈련하는 3일 내내 맞아야 한다. 

 

  “제1센터 박성화 대위.”

 

  다시는 맞고 싶지 않았다. 그것도 제4센터에서. 혈관을 타고 들어오는 약의 느낌이 생생했고, 소름 끼쳤다. 돌아온 대기실엔 벌써부터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 같은 사람이 보였다. 저 병사는 구십 구 퍼센트의 확률로 제4센터가 두번 째다. 아직 거품 물고 쓰러지지는 않았으니 조만간이다. 

 

 제4센터의 1일 차는 세 가지 훈련으로 이루어진다. 

 

 말이 고강도 훈련이지, 사실 상 죽음 훈련이다. 어떤 전쟁이 일어나도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필수적으로 약을 맞는다. 깨어 있는 정신으로 다른 병사의 생죽음을 함께 지켜볼 수는 없다. 그게 괜찮다면 맞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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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브 제10회 정기 간부 훈련이 종료되었다. 사망자는 제2센터 1명, 제3센터 2명. 총 3명. 

박성화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단지 제 방 침대에서 자고 싶었다. 그리고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10번의 제4센터 훈련 중 7번을 참여한 박성화는 이제 이러한 방식의 훈련에 무뎌졌다. 하지만 제1센터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피곤의 이유를 업고 모든 의욕이 상실한다. 정상적인 잠을 자고 싶다. 

 

 무사복귀를 알리기 위해 센터로 걸어가지만 차마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항상 그래왔듯 센터에 들어가기 전 담배를 피운다.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형식적인 연기의 드나듦이 지겨웠다. 그냥 생활관으로 돌아가려다 사람다운 경례를 하겠다는 쪽지를 남겨둔 것이 기억났다. 걸음마다 한숨을 내쉬며 센터 지하 1층, 4층, 6층, 7층 순으로 보고 후 생활관으로 목적지를 옮겼다.

 

 마음 같아선 3일의 기억을 저 쓰레기통 안에 최대한으로 구겨서 버리고 싶다. 피운지 30분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하얀 담배 끝을 또 태워들인다. 생활관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쪼그려 앉아 1층으로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하얀 덩치가 걸어온다. 정윤호일까. 정윤호였으면 좋겠다. 정윤호를 보고싶다. 

 

  “박대위님,”

 

  정윤호가 맞다. 대답 할 기운도 없었다. 아무 말 없이 이마를 정윤호 어깨에 기댔다. 고생 많았다며 등을 감싸 안아주는 정윤호의 품이 따뜻했다. 오랜만에 맡는 사람 냄새다. 무표정으로 정윤호를 올려다본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박성화를 내려다본다.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어요. 올라가서 푹 자요. 푹 쉬고 만나요.”

 

  “내일… 내 방에 와줄 수 있겠니.”

 

  박성화 방 안으로 들어간 적을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다. 항상 정윤호 방으로 내려왔고 익숙하다는 듯이 자고 갔으니. 괜히 긴장 되었다. 그 말을 끝으로 박성화는 올라갔고 정윤호는 부대로 내려가며 저러고 저 사람은 무조건 6시에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박성화는 샤워 후 익숙한 향을 맡으며 침대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아무런 소리도, 아무런 빛도 저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한다. 2일 차 오후 훈련, 제3센터 박중위 사망 순간이 끝 없이 떠오른다. 분명 보았다. 이름 호명 뒤 연구실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제 이름을 부르는 그의 입을. 

 기절하듯이 잠들고 난 후 눈을 떠보니 기가 막히게 오전 6시였다. 정오 쯤 돌아와 14시 정도에 잤던 것 같은데 약간의 근육통 말고는 개운했다. 6시 10분, 루틴을 위해 의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박…성화 대위입니다.”

 

  “제4센터 가셨다면서요? 슬슬 약도 끊으셔야 할 텐데요.”

 

  담당 의무병은 제4센터에서 주사 맞았던 반대 팔을 걷어 가는 바늘을 찔렀다. 소름 끼치고 역겨운 느낌은 없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받아들이는 절차라는 생각을 했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몸이며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아직 삶에서 챙길 사람이 있다고.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죄책감이라는 건 있는 사람입니다.”

 

   방으로 돌아가 샤워 후 아침 식사까지 마쳤다. 출근이라는 단어조차 뇌 속에 없었으며 양치 하는 내내 정윤호가 언제 올까라는 생각 뿐이었다. 입을 헹구고 침대에 눕자마자 노크 소리가 방 안에 퍼졌다. 알아서 치고 들어오라며 1029를 외쳤다. 역시 방금 샤워 했는지 덜 마른 머리카락 끝이 촉촉했다. 

 

  “괜찮아요?”

 

  “뭐가.”

 

 사람이 들어왔는데 누워 있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일어나려 하니 괜찮다고 긴 다리를 접어 침대 아래 걸터 앉았다. 순간적으로 찾아온 두통에 다시 누운 박성화 옆에 정윤호는 자연스레 머리를 댔다. 벽을 보고 누운 박성화에게 괜찮냐는 질문이 떨어졌고 괜찮지 않을 이유는 없다며 별 반응을 내진 않았다. 

 

  “궁금한 게 있어.”

 

  “네.”

 

  “왜 여길 자원해서 온 거니.”

 

  복수 하려고요. 강해져서 복수하려고요. 단 두 마디에 시야는 벽에서 정윤호로 돌아갔다. 어떤 복수를 위해서인지 물어봐도 되냐는 질문에 대답은 흔쾌히 돌아왔다. 카르샤와 바르타 전쟁에서 정윤호의 형이 카르샤 고위 간부였는데 어떤 어린 아이에 의해 죽었다고. 그 아이가 바르타 사람이었고 리투브로 성장한 도시에서 중앙센터 간부라는 걸 들었다고. 단순 훈련만을 위해 온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누군지 찾았어?”

 

  “아뇨, 복수보다는 제 성장이 중요했어요. 찾을 생각도 안했고, 지금도 안 해요.”

 

  혼자 남았음에도 카르샤에 있을 수 있던 이유는 고위간부의 혈육이었기 때문이다. 박성화는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 했다. 처음이 달갑지 않은 사람이었고 가족관계는 신원조회하면 다 나올 사항인데 억울한 마음을 숨기면서 리투브에 남은 사람도 많을 텐데 홀로 카르샤에 있다가 훈련만을 위해 리투브로 넘어온 정윤호가 매우 재수 없었다고. 

 

 정윤호는 작은 소리로 웃었다. 라이터 없어서 처음 불 빌린 사람이 하필 중앙 센터 파견 관할 간부였고 저의 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었다고. 고개만 돌리고 있던 박성화는 아예 몸을 돌려 정윤호 품으로 파고 들어 지난 제4센터 훈련 내내 네가 너무 보고 싶었다고, 네 품에서 숨을 쉬고 싶었다고 말했다. 

 

 둘은 동시에 시선을 마주했다. 정윤호가 먼저 박성화의 뒷통수를 감싸고 입을 맞췄다. 박성화의 윗입술 한번, 아랫 입술 한번, 다시 아랫 입술 한번. 얕게 빨아들였다. 박성화의 갈 곳 잃은 손을 정윤호의 허리에 둘러주었고 몸을 살짝 더 밀착시키자 입이 벌어져 서로의 혀가 얽혔다. 느리고도 빠르게 섞이는 혀가 박성화의 안정감을 찾아주었다. 

 

 짧고도 긴 키스는 정윤호를 울렸다. 첫 만남은 당황스러웠고 알아가는 것은 재밌었고 가장 최근엔 죽음의 문턱 앞까지 다녀와 힘들어 하는 박성화가, 정윤호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호감형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 했던 시간을 보상받는 듯 했고, 그 시간은 깊은 애정으로 바뀌어 박성화를 향한 사랑의 감정이라는 확신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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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화 센터 복귀 일 주일 전. 간간히 정윤호가 올라오는 것 아니면 후유증을 없애기 위해 하루종일 누워 있었다.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되고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훈련이 끝나면 먹으러 가기로 했던 카페를 가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루틴을 따라 시간 일정만큼은 칼같이 진행되던 박성화의 시계가 엇나간다. 정윤호와 보기로 했던 시간을 놓쳐 약속이 밀리고 전보다 두통을 자주 느꼈다. 이것은 제4센터 훈련 후유증이 아니다. 후유증은 박성화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몇 번 하다보니 한 달까지 가지도 않았었다. 

 

  “누구… 아, 너구나.”

 

  “대위님 요즘 자주 까먹으시네요. 벌써 나이가…”

 

  “그런가.”

 

  이상한 낌새는 정윤호도 느꼈다. 가볍게 장난을 치며 넘어가도 박성화는 중앙 센터 소속이다. 단순 컨디션 난조로 기억을 잘 못하진 않을 것이다. 가끔은 정윤호 얼굴을 3초동안 보아야 너구나, 하며 넘어간다. 전 정말 괜찮으니 오늘까진 쉬라고 하니 그래야 하나… 눈을 비비며 다음엔 꼭 가자는 말과 함께 미안하다고 했다.  

  

 약을 먹고 침대에 누우니 빙글빙글 돌던 세상이 조금은 잠잠해진 것 같다. 무섭다. 빨리 눈을 감아버리고 세상을 까맣게 만들어 버린다. 

 

-

 

 5일 간 방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배도 고프지 않았으며 정윤호도 바쁜 나머지 박성화는 계속 홀로 방에 남아 있었다. 두통과 찾아오는 약간 씩의 기억상실이 점점 체감된다. 심지어 무전으로 들려오는 센터 소식은 전부 부정적이었다. 현재 도시의 동태가 좋지 않고 조만간 크게 터질 것 같다는 소리만 수차례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잘못 들은 줄 알았던 박격포 소리가 귀 찢어지게 2연속 울린다. 창 밖을 흘끗 보니 제2센터와 제3센터에서 전쟁이 일어난 것 같은데 문제는 중앙센터인 제1센터까지 엮여 있다는 것이다. 직면한 전쟁이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를 때 겪는 공포는 두려움이 없다. 박성화는 인생 최대로 위축된 상황에서 부대 통제와 지휘까지 하러 나가야 한다.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하는 판단이었다.

 

 “대위님! 실제라구요,  제발 나와주세요!”

 

  아니다. 실제가 아니다. 단순 스트레스로 인한 환각일 것이다. 이것은 환청이다.  그동안 맞아온 약이 속에서 끓는 느낌이다. 제4센터에서 맞았던 약물은 고통 제거제, 기억 제거제다. 고통을 잃다보니 슬픈 감정을 점점 이해할 수 없게 되었고 감정에 매우 무감각해졌다. 와중에 신경 안정제를 매일 아침마다 투여하니 정작 중요한 전쟁 상황에서 몸을 가누지 못한다. 

 

 계속 되던 문의 울림이 멈추고 비밀번호 눌리는 소리와 함께 정윤호가 병사들과 들어온다.

 

  “대위님, 가야합니다. 제발.”

 

  “내가 뭐 해야 하더라, 내가 뭐 하는 사람이더라, 아니. 내 이름은 뭐더라…”

 

  “대위님…?”  

 

  “기억이 안 나 씨발…”

 

  침대 모서리에서 터질 것 같이 붉어진 얼굴. 실핏줄이 터진 벌건 눈. 그 안 동공이 계속 떨린다. 박성화가 정신 차릴 때까지 기다릴 시간은 없었다. 제1관이 불탈 정도로 규모가 커진 전쟁에 최대한 빨리 센터라도 가야 중앙 제1센터가 버틸 수 있다. 설상가상 제4센터의 문도 열렸다. 걷잡을 수 없다. 

 

 박성화 시야에는 카르샤와 바르타 전쟁에서 숨어 있던 박성화에게 총을 쥐어준 군인 얼굴밖에 없다. 상황도 비슷하다. 센터로 갈 때까지 박성화 자신의 몸을 지키라고 주는 총도 누군가를 죽여야만 할 것 같았다. 정윤호가 업어가려고 병사에게 총을 넘긴 순간, 박성화의 목소리가 귀로 꽂혔다.

 

  “정윤철 중령이 준 총으로 그 사람을 죽였는데, 내가 살았어. 내가.”

 

 다른 병사들은 최적의 대피 동선을 파악하느라 박성화가 뭐라는 지 듣지도 못했다. 정윤호는 형에 대한 복수를 위해 리투브로 넘어왔다. 여기 와서 처음 사귄 친구와 관계 유지를 위해 숨겼다. 시간이 지나고 복수는 뒷전, 정윤호 스스로가 강해지는 게 중요했다. 그렇게 점점 형의 존재는 잊혀져 가고 정윤호 방 책상 위에 있는 액자로 겨우겨우 복기했다. 

 

 탕 -

 

  “박대위님!”  

 

  “정중사님 뭐하시는 겁니까!”
 
   박성화의 심장 속도가 느려진다. 소리가 서서히 멎는다. 시야도 서서히 닫힌다. 선명한 총소리는 정윤호의 손 끝에서 피어났고, 순간적인 판단으로 행한 행동을 이해한 정윤호는 전속력을 다해 도망쳐 나왔다. 

 

 바깥은 이미 아수라장이었으며, 인명 피해는 그 누구도 없었다. 단순히 센터 싸움이기에 건물 먼저 무너뜨리는게 우선이었다. 정윤호는 의미 없는 탄알을 발사한 것이다. 그 누구보다 의미 있는 사람을, 그 무엇보다 의미 없는 탄알로. 그렇게 끝났다. 

 

  “도망친 곳에 낙원이 어딨어 씨발…” 

/

 

 

 

 

 

  정윤호는 카르샤로 돌아갔다. 그 날의 전쟁은 제2센터 수장이 제3센터와 제1센터와 연합하여 제4센터를 없애고자 하였지만, 제4센터가 압도적으로 제3센터를 삼켰다. 중앙 센터인 제1센터는 메뉴얼 상 타 센터와 연합이 불가하다. 제2센터가 발포의 시초였던 건 메뉴얼을 깨고도 주기적으로 죽음 훈련을 통해 의도적으로 간부 수를 줄이고 그를 개발 대상으로 만들어 사람이라는 생명체를 없애려는 시도를 막고자 했던 것이다. 

 

 박성화는 7번의 제4센터 훈련을 나갔고 계속되는 약물에 몸이 버티지 못해 한순간에 부작용이 터져버린 것이다. 정윤호가 조금만 늦은 판단을 했어도 부작용은 계속 되어 결국엔 더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아직까지 박성화를 눈 감게 만든 상황을 떠올리면 고통스럽다. 박성화가 정윤호의 이름을 불러준 적도, 박성화가 정윤호에게 웃어준 적도 없다. 정윤호는 끝까지 박성화가 감정과 멀어진 사람이라는 것, 가장 먼저 잊어버린게 정윤호의 이름이라는 것도 모른다. 

  

 최소 2년이라는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온 카르샤에서 정윤호에게 질문이 끝도 없이 쏟아졌다. 관심사는 리투브의 훈련이다. 정윤호는 물어보는 사람마다 한 명을 죽이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렇게 답하면 돌아오는 반응이 없다.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것이다. 

 

 아, 정윤호는 전역 후 휴식을 취하고 있다. 혹여나 꿈에서라도 박성화를 만난다면, 형을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고백하리라.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