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섷

스타 이즈 본

by. 익명

김홍중이 동방에 오지 않은 지 일주일째.

성화는 이제 오기가 생겼다. 어디 누가 이기는지 보자, 하는 마음이었다.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어디론가 증발한 갸륵한 밴드부 학우가 도대체 뭘 하러 다니느라 이렇게 바쁜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단지 성화는 홍중을 기다린다. 해야 할 말이 있었다. 그것도 존나 많이.

 

1달 전 음악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인스타 게시물 하나. 팔로잉 32, 팔로워 5M의 파란 딱지 달린 @edwardofblackjean 계정에 검은 배경의 긴 줄글이 올라왔다.

 

헬로우 가이즈, 아임 에드워드 오브 블랙진, 아이 업로드 디스 포스트 비커스 아이 햅 투 노티스 유 썸 플랜스 오브 아월 밴드...

 

요약하자면 이랬다.

 

여러분, 저희 이제 한국에서 전격 활동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어 앨범 곧 나옵니다!! 3달 뒤에 고척돔 단독콘서트에서 만나요!!

 

말 그대로 세상이 뒤집혔다. 현재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음악시장에서 커다란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초대형 밴드의 난데없는 한국 진출 선언. 온갖 커뮤니티가 들썩였고 뉴스에선 다가오는 총선거를 제쳐두고 이 소식을 대서특필했고 현지 팬들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80억 지구가 그 소식에 과열될 때, 80억 중에서 소소하게 대한민국의 1인 가구 대학생을 맡고있는 박성화는 너무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다 천장에 머리를 박았다. 쉣, 내 뇌세포... 얼얼한 정수리를 손바닥으로 감싸며 게시물을 몇번이고 확인했다.

이거 사칭 아니지? 10번 나갔다 들어와도 파란 딱지 붙은 팔로워 500만짜리 진짜 계정이었다.

파파고가 잘못됐나 싶어서 구글 번역기로도 돌려봤다. 결과는 역시나 같았다. 현대 문명 쩐다. 별 의미 없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알고보니까 오늘 만우절인 거 아냐? 그렇다기엔 한 달 전 우영이 저에게 만우절 장난이랍시고 친 장난이 너무 생생했다. 갑자기 내 베이스를 떨어뜨려서 완전히 부숴 먹어 버렸다고 했지. 소중한 주말도 팽개치고 동방에 갔더니만 제 베이스가 멀쩡한 걸 보고 우영의 기타를 마룻바닥에 처박으려다가 홍중의 만류로 겨우 참았었다.

그럼 이게 진짜라고? 그렇다기엔 너무 현실감이 없었다. 한국인 재미교포로 이루어진 밴드, 미국에서 정상에 오르고 조국으로 귀환. 영화 만들어도 되겠네. 성화는 헛웃음을 지으며 게시글을 홍중에게 공유했다. '이거 진짜임??' 같은 코멘트를 덧붙였다. 그다음엔 동기 누나에게 전화했다. 어 누나. 누나 아이돌 사진 찍으러 다닌댔지. 혹시 아이돌 말고 다른 연예인 항공편도 알 수 있어?

 

알아낼 수 있을 리가 없지. 성화는 서울에 있는 밴드부 동방에서 디스패치가 올린 블랙진의 인천공항 입국길 영상을 시청했다. 형 빨리 와 축제 2주 남았어! 어어 잠깐만 기다려봐. 영상이 시작되고 자동문이 열리자 5명의 남자들이 걸어들어왔다. 그중에서도 가운데에 있는 남자는 온갖 스티커를 발라놓은 커다란 검은색 캐리어를 끌고 있었다. 빨간 캡 모자에 가려진 조금 상한 노란 탈색모. 알이 크고 화려한 선글라스 너머로 형형한 눈빛이 번뜩였다. 귓등에 가득한 너덜너덜한 쇠붙이들이 저마다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를 반사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도 흰 티에 야구 점퍼 차림인 그는 기타 가방 여러 개를 어깨에 둘러메고 걸어갔다. 이 모든 장면이 하나의 영화 같았다. 성화는 이제야 조금씩 실감이 났다. 반짝이는 고독한 별 같은 그.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락스타.

에드워드 킴이 돌아왔다, 한국으로.

 

 


스타 이즈 본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밴드맨은 셋 중 하나야. 크리스천이거나 오타쿠거나 오아시스 광팬. 성화는 셋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았다. 교회는 8살 때 친구 따라 부활절 달걀 받으러 간 것이 전부였고, 애니메이션 보는 취미도 없었으며, 오아시스 음악은 좋아했지만 그들을 신봉하고픈 마음은 추후도 없었다. 성화는 다른 사람을 신봉했다. 그건 신도 부모도 하다못해 교수도 아닌, 먼 미국 땅에 사는 에드워드 킴이었다.

에드워드 킴, 그가 누구인가? 한국인 부모를 가졌지만 미국 땅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을 가진 검은 머리 외국인, 버클리 음대를 졸업하고 재미교포들을 모아 미국에서 밴드 블랙진을 결성, 세계에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빌보드 차트 정상을 무너뜨린, 최근 5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뮤지션, 시대의 음악과 패션의 아이콘, 커트 코베인 이후 드디어 나타난 진짜 '락스타' 아닌가. 온갖 파격적인 음악으로 대중음악 역사의 새로운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블랙진의 프론트맨인 에드워드 킴은 적어도 락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손톱의 때만큼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알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박성화도 에드워드 킴을 안다. 너무 잘 안다. 박성화가 바로 그 블랙진의 헤비 팬이니까.

 

성화에게는 태생부터의 반골 기질이 존재했다. 뭐 별거는 아니고, 그냥 남들이 가는 길을 똑같이 가고 싶지 않았다. 남들이 파랑을 고르면 난 빨강이 될 거야. 그래서 성화는 트와이스와 방탄소년단이 대한민국을 지배할 때 홀로 밴드의 길을 걸었다.

그 길 중간에서 만난 게 에드워드 킴이었다. 현존하는 최고의 락밴드 블랙진의 프론트맨이자 구심점. 성화의 첫사랑. 성화는 그의 푸석푸석한 금발을 사랑했고, 두꺼운 목을 감싸는 의미 모를 타투를 사랑했다. 귓불에 주렁주렁 달린 피어싱을, 그보다 더 빛나는 형형한 눈빛을, 그가 연주하는 일렉기타의 펜더를 유영하는 그의 굳은살 박힌 손가락을 사랑했다. 이유도 없이, 에드워드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가 좋았다. 성화는 그 이유가 어쩌면 그와 저가 운명이라서이지 않을까, 하는 주책맞은 생각도 해보았다. 아니, 그의 음악은 마치 성화를 위한 노래 같았다. 그가 부르는 노래의 기타 리프가 성화의 심장과 공명했다.

 

제 유별난 애착을 아는 밴드부 후배 우영의 말을 빌리자면 이랬다.

 

순정이 뭐라고.

 

그러게, 순정이 뭐라고. 첫사랑의 첫 한국 단독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PC방 의자에 앉아있던 사람이 인생의 모토로 삼기에 참 적절한 말이었다. 근데 실패했다는 게 문제지. 성화는 지금 당장 창문 밖으로 뛰어내릴 수도 있었다. 으아아악!! 나 돌아갈래... 당근마켓에는 벌써 가격이 5배는 뛴 암표가 만연해있었다. 저거라도 사야 하나? 눈물을 머금고 제 통장 잔고를 확인한 성화는 최근 새 베이스를 사느라 목돈을 날려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좌절. 절망. 온갖 부정적인 단어들이 머릿속을 자꾸 휘저어댔다. 진짜 조졌네...

원래 밴드 팬이라는 족속이 다 그렇지 않은가. 내가 가지 못하는 공연이 있으면 안 돼!! 하는 마음가짐. 성화도 같은 마음이었다. 블랙진이 내한 공연을 하는데 내가 거기를 못 간다고? 그게 말이 돼?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진짜 방법이 없을까?

성화는 휴대폰을 켰다. 인스타 알람이 와있었다. @edwardofblackjean님이 새 게시물을 업로드했습니다. 성화는 별 생각 없이 그걸 클릭하고 사진을 휙휙 넘겼다. 한국에 있는 부모님의 집에서 어렸을 때 찍은 사진을 발견했단다. 낯선 미국의 풍경을 배경으로 볼살이 통통한 아기가 렌즈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그와 똑 닮았지만 좀 더 어린 아이가 있었다. 귀엽네, 라고 생각했던 순간.

 

운명의 신은 성화의 뒤통수를 크게 갈겼다.

 

사진 속 에드워드와 함께 있는 아이에게 태그되어 있는 사람이, 김홍중이었다.

김홍중은 my bro라는 수식어와 함께 태그되어있었다. ...bro가 꼭 친형제라는 뜻으로 쓰이는 건 아니잖아? 어렸을 때 친했던 걸 수도 있지. 성화는 게시물 맨 마지막 사진을 보았다. 버클리 음대 졸업장을 들고 있는 에드워드와 그의 부모님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녀 한 쌍, 그 옆의 바가지 머리 고등학생. 누가 봐도 김홍중이네. 헛웃음이 다 나왔다. 김홍중이 에드워드의 친동생이라니,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다. 미국에서 살다 왔다는 말과 음악적 재능, 무엇보다도 비슷한 외양. 피어싱으로 너덜너덜한 귓불과 긴 속눈썹 따위가 소름 끼치게 닮아있었다. 자칭 에드워드 킴 골수팬이 이제껏 모른 게 이상하지. 성화는 자조했다.

 

김홍중을 처음 봤을 때 성화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저번 학교 축제 한 달 전, 한창 연습으로 바쁜 시기에 문지방에 오른손 엄지를 박아버린 정우영이 손가락 깁스 이슈로 축제에 불참하게 되었다. 메인 일렉인데다 솔로 파트까지 있었던 우영의 자리를 대체할 기타리스트가 밴드부에 없었기 때문에 성화를 비롯한 밴드부원들은 발품 팔아가며 기타리스트를 구해야 했다. 너 혹시 일렉 잘 쳐? 아... 그래? 알았어... 어 영욱아 너 기타 잘 치냐? 풀피리는 잘 분다고? 그래 내가 너한테 뭘 기대하겠냐...

모두가 절망에 빠져 기타 파트를 아예 삭제해야 하나,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때쯤 키보드 최예원이 일렉 대타를 해주겠다고 했다며 자기 과 동기를 데리고 왔다. 그리고 그 사람의 얼굴을 본 그 순간.

펑. 성화의 몸 한 구석 어딘가가 펑 하고 터지는 기분이었다. 뇌? 아니면 심장? 그것도 아니라면 폐 언저리일지도 모른다. 찰나에 숨이 멈췄다.

"김홍중입니다."

홍중의 얼굴이, 방금까지 영상에서 보던 남자와 너무 똑같아서.

 

에드워드가 검은 머리로 염색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와 도플갱어 수준으로 닮은 김홍중은 예원의 말대로 기타를 잘 쳤다. 그냥 잘 치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 밴드 기타리스트처럼. 그는 에드워드의 후광을 홍중에게서 봤다. 성화는 홍중의 연주를 보며 연신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애가 우리 학교에 있었는데 내가 지금껏 모르고 있었다니...! 성화는 홍중에게 우영의 일렉 솔로를 맡겼다. 공연 연습 기간 동안 둘은 서로의 집을 오가며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성화는 홍중이 유난히 좋았다. 에드워드를 닮아서인가? 성격이 꽤 다정한 편이긴 했다. 성화는 홍중의 귀에 매달린 은색 별 모양 피어싱을 바라봤다.

"이거 꼭 너 같아."

"피어싱?"

"응. 반짝반짝."

그거 알아? 너 기타 칠 때 되게 반짝반짝 빛나. 성화의 말에 홍중은 묘하게 웃었다.

 

성화는 홍중에게 자신이 에드워드의 광팬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너도 알지, 에드워드 킴? 너랑 완전 똑같이 생겼어. 내가 그 사람 엄청 좋아해. 내 첫사랑이야. 홍중은 그 말을 가만히 듣다가 성화에게 물었다.

"그럼 나도 좋아?"

"어?"

"나랑 그 사람이랑 닮았다며."

네 첫사랑. 예상 못한 반응에 성화는 꽤 당황했다. 어... 그러게. 그런가? 내가 널 좋아하나? 성화는 에드워드와 홍중이 겹쳐 보였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홍중은 웃으며 성화를 바라보다가 다시 일렉 기타를 연주했다. 축제가 5일 남은 시점이었다.

 

축제는 대성공이었다. 축제를 무사히 마치고 밴드부원들이 다 같이 간 뒤풀이에서 홍중은 3시간 내내 칭찬 감옥에 갇혀 있었다. 너 덕분에 살았어. 너 진짜 대단하다. 홍중은 별 대꾸 없이 맥주를 홀짝였다.

칭찬 감옥에 갇힌 건 홍중이었는데 신난 건 오히려 성화였다. 잘하지도 못하는 술을 신나서 퍼마시다가 결국엔 만취 상태에 이르렀다. 성화는 안주를 계속 입에 넣으며 실실 웃었다. 여기저기 웃음을 흘리다가 홍중과 눈이 마주쳤다. 홍중이 성화를 보고 있었다. 무슨 눈빛이었더라. 한심한 눈빛? 걱정스러운 눈빛? 그것도 아니면...

"성화야, 괜찮아?"

내가 성화 데리고 갈게. 형 성화 형 자취방 주소 알아요? 어 저번에 연습할 때 갔었어. 나 먼저 간다. 대화가 희미하게 들렸다. 곧이어 홍중이 성화를 끌어올려 겉옷을 입혀주고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성화는 의식이 몽롱한 상태로 홍중을 이끄는 대로 이끌려갔다. 택시를 잡는 소리가 들렸다. 성화를 밀어 넣고 떠나려는 홍중의 팔을 성화가 잡았다. 홍주나 가지 마... 웅얼거리자 홍중이 헛웃음을 짓고 말했다. 나 홍준이 아니고 홍중인데.

 

그날 홍중은 성화를 자취방까지 데려다주었다. 이제 진짜 갈게. 인사를 꺼내긴 했는데, 안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자꾸 주저앉는 성화를 침대까지 올려줄까, 망설이다 홍중은 결국 집 안까지 발을 들였다. 축 늘어지는 성화를 옮기고 곤히 잠든 성화의 머리를 쓸어 넘기며 홍중은 속삭였다.

"성화야, 내가 보기엔 네가 더 빛나는 사람 같아."

좋아해 성화야. 여기까지 말하고 홍중은 다시 일어났다. 성화가 제멋대로 벗어놓은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주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문이 닫히자 성화는 눈을 떴다. 조졌다. 사실 자취방에 온 순간부터 성화는 잠에서 깨어있었다. 방금 전 홍중의 고백을 다 들어버렸다는 소리다. 자다가 고백 공격 들어버렸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할 수만 있다면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앞으로 김홍중을 어떻게 보지? 숙취인지 뭔지 머리가 아파왔다.

 

홍중은 성화의 결사반대에도 다른 모든 밴드부원들의 지지로 밴드부에 들어오게 됐다. 성화는 그 고백을 평생 모른 척 하려고 했다. 그런데 홍중이 다시 뒤통수를 쳤다.

"나 너 그때 안 잔 거 다 알아."

느닷없는 한 마디였다. 둘밖에 없는 고요한 동방에서의. 어? 눈에 띄게 당황한 성화는 이제 모른 척 하는 것도 끝났구나, 조용히 예감했다. 너한테 대답 듣고 싶어서 한 말 아니야. 그냥 그렇다고.

"난 너 아직도 좋아해."

"으응..."

"난 네가 나 몰랐을 때부터 너 좋아했어."

"어?"

"사실 기타 대타 해주겠다고 한 것도 너 좋아해서였어."

"잠깐만 김홍중,"

"그리고 내가 보기엔 너도 나 좋아해."

"...뭐라고?"

그게 둘 사이의 마지막 대화였다. 성화는 바보같이 아무말도 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했다. 그대로 동방을 나간 김홍중은 다음날부터 동방에 나오지 않았다. 연락도 잘 안 봤다. 애초에 성화가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지 않았지만. 문을 나서던 홍중의 붉어진 귀가 어른거렸다. 인정하긴 싫지만, 그래. 홍중이 신경 쓰였다. 계속.

 

그때는 무슨 일인가 했는데, 에드워드의 인스타를 보니 이 자식 블랙진 콘서트의 세션으로 출연한단다. 그거 연습 때문에 동방도 안 오는 거구나. 뒤늦은 깨달음과 함께 고통이 밀려왔다.

성화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간절히 원하는 블랙진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는 가장 쉬운 방법. 김홍중에게 부탁하기. 그냥 형의 콘서트도 아니고 자신이 세션으로 나오는 콘서트니 초대권 한 장 정도 주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고백 공격 이후로 한 마디도 안 했는데 냅다 첫 연락이 "니네 형 콘서트 티켓 좀"은 에바지 않나? 두 개의 선택지를 양팔 저울에 얹고 저울질을 했다.

성화는 한동안 다른 것 없이 홍중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여길 봐도 김홍중, 저길 봐도 김홍중. 도대체 왜 이렇게 날 힘들게 하는 건지. 이제 문제의 본질인 에드워드에 대한 것은 모두 잊어버렸다. 다만 홍중보다 자신이 더 빛난다던 홍중의 고백과 아리송한 그 발언-성화도 홍중을 좋아한다는-만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내가 에드워드를 왜 좋아하는가? 그 물음에는 정확한 해답이 있었다. 그럼 내가 김홍중을 좋아한다면, 그 이유는? 에드워드를 닮아서? 성화는 얼굴은 닮았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른 두 형제를 떠올렸다. 김홍중을 만나야겠다. 드디어 결심했다.

 

그래서 성화는 김홍중을 기다리고 있다.

"...있었네?"

성화의 연락을 받고 동방에 온 홍중은 결연한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성화에 적잖이 당황했다. 뭐야, 난 네가 나한테 고백이라도 하려는 줄. 장난처럼 홍중이 뱉어내자 성화가 맞받아쳤다.

"맞아, 고백하려는 거."

"뭐?"

이번엔 내가 뒤통수 칠 거야. 성화의 다짐은 굳건했다. 베이지색 볼 캡 아래 검은 머리와 그 아래 너덜너덜한 귓불에 달린 별 모양 피어싱이 좋았다. 유한 성격과 묘한 미소가 좋았다. 처음엔 에드워드를 닮아서인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지. 성화가 홍중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내가 저번에 그랬잖아, 나 에드워드 킴 좋아한다고. 네 형이더라."

왜 말 안 해줬는지는 안 물어볼게. 나였어도 그렇게 했을 것 같아서. 근데 그때 네가 나한테 너도 나를 좋아하느냐고 물었었지?

"내가 많이 생각해봤는데, 저번에 너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래, 나 너 좋아해. 지금까지 외면해서 미안해."

그러고는 막무가내로 홍중을 끌어안았다. 사실 빨개진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서였다. 당사자는 다르게 받아들인 것 같긴 하지만. 어... 근데 성화야 우리 마주 보고 얘기하면 안될까...? 홍중은 얼빠진 표정으로 성화의 뒷머리를 쓸어 넘겼다.

"나 너한테 줄 거 있는데."

그 말에 성화가 홍중을 마주 봤다. 하하. 멋쩍게 웃던 홍중이 성화의 눈을 피하며 재킷 주머니를 뒤졌다. 주머니 안에서는 작은 상자가 나왔다. 이게 뭔... 당황한 성화에게 홍중은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확신시켜줬다. 은색 별이 달린 목걸이였다. 홍중의 피어싱과 똑같은.

"사실 오늘 너한테 제대로 말하려고 했는데, 선수 뺏겼네."

있잖아 성화야. 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빛나는 사람이야. 축제에서 공연하는 널 보고 첫눈에 반했던 그날부터 나에게 가장 반짝이는 건 너였어. 너의 그 반짝임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되지도 않는 욕심을 부려 대타를 뛰겠다고 해버렸던 거야. 내가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홍중의 정직이 성화의 심장께를 푹푹 찔렀다. 홍중에게는 빛이 보였다. 에드워드의 것과는 다른 종류의 빛.

"난 늘 이 별이 너 같다고 생각해왔는데, 네가 나한테 이 별을 보고 나 같다고 해줬던 거야."

그래서 난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나 봐. 별처럼 빛나는 네가 나에게 별이라고 이야기해주니까. 홍중은 성화의 목에 목걸이를 채웠다. 홍중의 것과 같은 별이 성화의 목 주변에서 빛났다.

마침내, 별자리를 이루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