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크리스마스
내 사랑을 돌려주세요

 

2005년 12월 25일, 모두가 즐거운 얼굴을 하고 다니는 크리스마스에 성화가 죽었다. 2015년 12월 25일, 지금 윤호의 눈앞에는 성화가 서 있다.



라스트 크리스마스



윤호와 성화는 지독하리만큼 서로를 사랑했다. 2004년, 윤호는 스물, 성화는 스물 하나였다.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윤호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한 눈으로 캠퍼스 이곳 저곳을 둘러봤다. 새내기들 입학하는 날이 가장 바쁘다고, 순진한 새내기들을 동아리로 영입시키기 위해 여기저기서 동아리 홍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리저리 치이다 떨어뜨려 두 동강이 난 폴더 폰을 쥐고 울상이 된 윤호에게 다가온 사람이 바로 성화였다. 종이 하나를 윤호 품에 안겨 주며 보고 관심 있으면 연락 줘. 하는 한 마디와 함께 윤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게 뭐야. 미술 동아리......

 

품에 안겨 있던 종이에는 이젤, 캔버스, 붓 등등……. 미술 관련 용품들의 그림이 가득했다. 윤호는 고민 없이 공중전화 부스로 들어가 하단에 적혀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윤호가 그림을 잘 그리느냐고? 전혀 아니다. 그저 잠깐 스쳐 지나간 성화의 모습이 아른대고, 부드럽고 달달한 성화의 향수 냄새가 코에서 떠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아, 저... 동아리 들어가려고요.

아! 지금 노천극장 뒤쪽에 있는 건물로 오시면 돼요.

 

동아리실로 들어가자 아까 ‘그’ 사람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 주고 있었다. 모태솔로인 지 20년, 윤호에게도 사랑이 찾아 왔다. 윤호는 그림이 서투르다는 핑계로 성화와 자주 만났고, 성화도 그런 윤호를 밀어내지 않았다. 

 

윤호야, 너는 그림 자주 그린 것 같지도 않은데... 왜 우리 동아리 들어왔어?

아……. 그냥, 새롭게 해 보고 싶어서요.

 

윤호는 인생의 첫 연애, 첫 키스, 여러 가지의 첫 경험을 성화와 함께 했다.

 

형, 사랑해.

나도, 윤호야. 

 

윤호와 성화는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윤호의 집에는 성화의 그림이 걸려있고, 성화의 집에는 윤호의 카메라 필름이 가득했다. 영화 속의 연인들처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영원할 행복을 기약했다. 

 

영화 속의 연인들에게는 항상 위기가 찾아온다. 2005년 크리스마스, 함께 맞이하는 두 번째 크리스마스를 위해 윤호는 성화에게 잊지 못 할 추억을 남겨 주리라 다짐했다. 그 동안 다양한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가며 모은 돈으로 둘이 손을 잡았을 때 더 빛날 수 있는 반지를 준비했다. 벅찬 마음으로 건너편에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해사하게 웃고 있는 성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성화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끼익- 하는 귀를 찌르는 소리와 함께 윤호의 모든 것을 앗아갈 승용차가 미끄러졌다. 윤호와 가까워지자 발걸음을 서두르려는 성화와, 굉음과 함께 미끄러져 성화를 향해 돌진하는 차를 보며 윤호는 그 짧은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다. 윤호의 손에서 떨어지는 나팔수선화의 모습과 윤호에게서 멀어져 가는 성화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이란, 혼자 남을 사람을 미치게 하기에 충분하다.

 

영화 같은 사랑을 바라긴 했지만, 이런 결말은 원치 않았는데.



성화가 그렇게 윤호의 인생을 도려내어 떠나버린 그 날, 2005년의 크리스마스 이후로 윤호는 주인 잃은 장난감 마냥 점점 망가져갔다. 윤호는 언제든지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에 성화와의 영원을 약속할 반지를 빼지 않았고, 외투는 바뀌어도 안주머니 속 남은 한 짝의 반지의 존재는 변하지 않았으며, 매일 성화를 그리워하며 손도 대지 않던 담배와 술을 달고 지냈다. 

술에 취해 집에 들어갈 때면 침대 위에서 곤히 자고 있는 성화가 보이는 것 같았고, 담배를 입에 물 때면 성화의 잔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 가슴이 아렸다. 

 

성화와의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괴롭지만, 그렇게라도 다시는 볼 수 없는 성화를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약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야, 너는 연애 안 할 거야? 하는 말에 아직은 관심 없어. 라는 등 대답을 회피하기에도, 이제 그만 잊고 새로 시작할 줄도 알아야지, 너 언제까지 그러고만 있을 거야? 라며 윤호의 속도 모르고 잔소리를 해대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기에도 지칠 대로 지친 윤호였다. 

 

성화를 보낸 지 10년 후인 2015년, 윤호는 이번에도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아니, 맞이할 줄 알았다. 윤호의 눈앞에 성화가 나타나기 전까지. 부스스한 머리로 담배를 물고 있는 윤호의 앞에 나타난 성화는 윤호의 마지막 기억 속 그 모습 그대로였다. 웃을 때마다 하얗게 뿜어져 나오는 입김과 하얀 피부에 어울리는 빨간 목도리, 어수룩한 몸짓과 윤호를 부르는 상냥한 목소리까지.

 

윤호야, 너 담배도 피워?

 

윤호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누구보다 보고 싶었던 성화가 돌아왔으니 그저 이 순간을 즐기고 싶었다.

 

윤호야, 정윤호~

성화의 손이 윤호의 얼굴로 다가오자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엄청난 한기가 느껴졌다. 윤호는 그런 성화의 손을 잡으며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아무렇게나 구겼다.

“어, 어……. 보고 싶었어, 형.”

윤호는 찬 기운이 감도는 성화를 꽉 껴안았다. 야, 아파~ 하며 윤호를 밀어내는 성화의 웃음은 윤호를 대학생으로 만들었다. 윤호는 성화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별다른 각 없이 텅 빈 윤호의 집 소파에 나란히 앉으니 냉기가 돌던 집이 따듯해진 것 같았다.

 

“형, 나 진짜... 형 없는 동안 소개팅도 안 나가고, 여자랑 만나지도 않았어.”

윤호의 말에 성화의 미소가 점차 사라져갔다. 조급해진 윤호는 성화의 손을 꼭 잡고 왜 그래, 응? 하며 같은 말을 여러 번 되물었다. 성화의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인지, 다시 한 번 더 성화를 잃게 될까 겁이 나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왜 그랬어, 바보도 아니고. 너도 잘 알잖아, 윤호야.

“내가 형을 내 인생에서 어떻게 지워. 형이야말로 잘 알잖아. 난 내가 형 대신 죽고 싶을 정도야.”

둘은 대학생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영원하길 바라는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성화와 윤호는 지독하게 사랑했고, 너무 지독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윤호에게서는 성화의 향이 떠나질 않았다. 윤호의 예상과 달리, 크리스마스가 지나도 성화는 사라지지 않았다. 윤호는 성화와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연말을 즐기는 여느 연인들처럼 캐럴과 반짝이는 조명들이 가득한 거리 아래 둘의 모습은 그 어떤 연인들보다도 애틋하고 따듯해 보였다. 윤호가 담배를 입에 물 때면 빼앗아 대신 입을 맞춰 주고, 이 행복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쫓겨 눈물을 흘릴 때면 말 없이 윤호를 안아 주었다. 

“형, 나랑 이대로 영원히 살면 안 돼?”



윤호야, 운명을 바꿀 수는 없어.

윤호는 운명을 바꾸고 싶었다. 성화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고, 항상 함께 있었다. 

 

운명을 바꾸는 게 쉬웠다면, 신은 존재하지도 않았겠지.



크리스마스의 슬픔……. 30대 남성,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 

사인은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윤호는 성화와 깨지 않을 잠을 청하고 싶었다. 죽은 사람과의 영원한 시간이라니……. 윤호는 처음부터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다. 아, 내가 곧 죽겠구나. 성화와 만난 지 두 시간이 흐르던 시점에서 윤호는 자신이 미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화가 책을 읽거나, 윤호에게서 시선을 돌릴 때면 윤호는 지우개가 닳아 없어진 연필을 쥐고 글을 적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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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오늘 그 죽었다는...[fnjusn****37] 조회수 165 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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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오늘 그 죽었다는 30대 있잖아, 우리 아빠 지인 중에 경찰 있거든? 근데 이번에 그 사건 담당했나 봐. 유서 내용이 좀 절절해서... 여기다 잠깐만 올려도 되려나?

댓글

[dnug****66] 안 되지 않아?

[rjfd****3542] 걍 잠깐만 올렸다가 내려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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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까 글 올린 쓰니인데...[fnjusn****37] 조회수 164 댓글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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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까 글 올린 쓰니인데 개쫄리니까 10분 뒤에 내릴게 내가 사진 보고 대충 재 타이핑 함



곧 만날 성화 형에게.

어...... 이렇게 쓰는 편지는 오랜만이라 어색하다. 무슨 말로 시작해야 될지도 모르겠어. 그때 기억나? 형이랑 나랑 처음 만났던 날. 나 혼자 어리둥절 학교 둘러보고 있었는데, 형이 냅다 미술 동아리 포스터 안겨 줬었잖아. 사실 나, 미술에 미 자도 모르는데...... 스치듯 본 형의 미소랑, 은은하게 퍼지던 형 향수 냄새 때문에 냅다 찾아갔던 거야. 형, 사실 나 지금도 내가 이러고 있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어. 형이 나를 떠나고 초반에는 미친 듯이 울다 지쳐 잠들기를 반복했고, 1년 정도 지났을 때는 형을 꼭 잊어야겠다. 라고 다짐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까 들어오는 소개팅이란 소개팅은 다 거절하고 있고, 여자 소개해 주겠다는 연락은 다 회피하고 있더라. 형, 매일 밤마다 형 원망하기도 많이 원망했어. 도대체 형이 뭔데 내 인생에 지독하게 남아서 나를 괴롭히나, 싶어서. 그래도 (눈물 자국인지 뭔지 때문에 번져서 모르겠음;;) 행복했어. 더 비참한 건 뭔지 알아? 초반 2년 동안은 그나마 집에 형 냄새가 남아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집 문을 열면 차가운 겨울 바람 냄새만 나는 거 있지. 웃긴 게, 6년 넘어가니까 형 얼굴이 점점 잊혀지더라. 그래서 그때부터 형이 그려 준 그림, 형이랑 찍은 사진들만 보고 살았어. 내 주변에 사람이 좀 없으면 어때, 난 내 청춘의 전부를 잃었는데. 형, 그래도 여전히 행복해 보여서, 혼자 지내는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야. 형이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초코랑도 만나고, 사람들이랑 다양한 이야기도 나누고. 형, 곧 보러 갈게. 내가 준 목도리 잘 두르고 따뜻하게 기다리고 있어. 아까 보니까 손이 너무 차더라.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해 줄 이야기들 준비하고 있어. 그럼 내가 뒤에서 꼭 안아 줄게. 형한테 전해 주지 못했던 말들, 반지도 다 줄게. 형, 사랑하는 우리 형. 형 덕분에 진정한 행복이 뭔지 알 수 있었어. 



여기까지야 개아련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는 나도 읽으면서 울컥하더라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죽은 사람이랑 연락하는 사람도 없어서 알아낼 수가 없대 나도 저런 지독한 사랑 한 번 해 보고 싶다 두 분 다 다음 생에는 행복하시기만 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