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undestanding
새로운 시작
온라

성화는 윤호에게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마치 간지러우면서도 기분 좋은 느낌. 하지만 성화는 당연히 윤호가 자신과 친해서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했기에 이성적으로 느끼는 좋아하는 감정도 친한 형, 동생 사이에서 늦게 나오는 느낌이라고 믿었다. 성화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 형, 저 형 좋아해요. ”

“ 나도 윤호 진짜 좋아해. ”

“ .. 정말요? ”

“ 엉. 나랑 친한 동생이잖아. ”

 

 성화는 자신이 아끼는 윤호가 좋아한다고 표현을 하니, 쑥스럽지만 자신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호는 이번에 한 고백은 진심이어서 이렇게 대응해주는 성화의 모습이 조금 실망스럽지만 쪽팔리는 마음이 컸다. 아니,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진심이었단 걸 성화가 알았다면 성화의 얼굴을 제대로 볼 자신이 없는 건 둘째치고 성화가 자신이 피해 다닐 것 같았기에 윤호는 한편의 마음으로는 다행이라고 느꼈다. 

 

 -

 

 다음날, 등굣길 버스정류장에서 성화는 윤호와 마주쳤다. 평소라면 윤호가 성화의 집 앞에서 기다리거나, 전화를 걸었을 텐데 이번에는 먼저 버스정류장에 있는 윤호의 모습을 본 성화는 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 윤호야, 오늘 빨리 가야 하나 봐? ”

“ 네? 아 네.. 좀 빨리 가야 해요.. ”

“ 그럼 전화를 하지,, ”

“ 아 죄송해요.. ”

 

 성화는 윤호를 바라보며 얘기를 했지만, 윤호는 성화를 바라보지 않고 바닥으로 고개를 떨구고 이야기를 했다. 평소와 많이 다른 윤호의 모습에 성화는 의아했지만 그때, 버스가 와서 버스를 탔다. 성화와 윤호는 출근과 등교를 하는 학생들과 성인들 사이에 껴서 이동을 했다.

 

 학교 앞에서 내린 성화와 윤호는 숨을 돌리고 학교 정문으로 갔다. 하지만 아까부터 표정이 안 좋은 윤호에게 왜 그러냐 물어보고 싶었지만, 막상 성화에겐 그렇게 물어볼 용기가 없어서 윤호의 모습이 자신이 싫어서 그러는 거 같다고 자신 혼자 오해를 하고, 오해로 느끼는 성화의 기분이 표정으로 드러났다.

 

“ 형 어디 아파요? ”

“ 어?.. 아니야 안 아파. ”

“ 진짜예요? ”

“ 어.. ”

 

 표정이 급격히 안 좋아진 성화를 보고 윤호는 걱정을 했지만, 자신이 한 오해 때문에 지금 윤호가 걱정을 하고 있는 것 마저 가식처럼 보였다. 윤호가 자신에게 웃어주는 것마저 떨떠름하게 억지로 웃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

 

 윤호는 지금 성화의 표정이 너무 안 좋아 보이기에 어디가 정말 아파 보이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 성화가 자신이 하는 행동 전부 가식이라고 느끼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하지만 윤호는 자신이 성화에게 거절당했다고 생각을 했어도 성화에게 향한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져만 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윤호의 마음과는 달리 성화는 자신이 한 오해로 인해, 윤호에게 향한 애정이든 사랑이든 전부 차갑고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타고 있는 장작 사이 작은 불씨일 두 개. 

 

 사실 윤호는 오늘 학교 일찍 간 것도 일찍 가야 해서 간 게 아니라, 성화와 마주하면 키워진 자신의 마음이 더 커질 것 같아 성화에게 연락을 안 하고 먼저 간 것인데 윤호는 정류장에서 성화와 마주칠 줄 몰랐다.

 

 -

 

 성화는 친한 동생을 미워하는 자신이 싫었지만, 성화는 자신이 왜 윤호를 미워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 모르는 체로 성화는 잠에 들었다. 몇 시간을 잠에 빠져있었을까? 벌써 학교는 종례를 하고 있었고 잠에서 덜 깬 성화는 눈을 비비고 가방을 쌌다. 가방을 다 싸고 성화는 뻗친 검은색의 머리카락을 정리할 때, 옆 짝꿍 홍중이 그런 성화를 쳐다보았다.

 

“ 야 너 오늘 뭔 일 있어? ”

“ 나? ”

“ 그럼 너 말고 누구겠냐? ”

“ 아.. 나 아무 일도 없는데? ”

“ 너 거짓말인 거 얼굴에 다 티 난다 성화야~ ”

 

 홍중은 기지개를 펴며 성화에게 물어보았지만, 성화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홍중은 금방이라도 툭- 치면 울듯한 성화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 말하기 힘든 거야? ”

“ .. 아니. ”

“ 그럼 말해봐. ”

“ 그게.. ”

 

 성화는 홍중에게 어제와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홍중은 다 듣더니 한숨만 쉬었고 아무 말도 안 해주었지만, 종례가 끝나고 홍중은 성화를 불러 세웠다.

 

“ 그거 너가 무조건 오해하는 거야. 완전. ”

“ 그럴까? 윤호가 진짜 나 싫어하는 거면 어떡해?.. ”

“ 그럴 리가 없는 게 너 걱정하고 있었다면서. ”

“ 어.. ”

“ 그리고 오늘 버스 정류장에서 정윤호 얼굴색 봤어? ”

“ .. 아니.. ”

“ 아이고.. 그걸 봐야하 는데.. 째든 간에 내일 다시 말해. ”

“ 알겠어.. 들어가 홍중아. ”

“ 엉 너도 ”

 

 홍중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성화는 학교를 나섰다. 성화는 휴대폰을 보고 횡단보도를 기다리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성화를 톡톡 건드였다. 성화는 뒤를 돌아보았더니 자신의 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서 있었다.

 

“ 저,, 아까부터 봤는데 너무 제 스타일이어서.. ”

“ 네, 근데요? ”

“ 번호 좀 주실 수 있으세요?.. ”

 

 성화는 아무 말 없이 여학생의 폰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찍어주었다. 번호를 다 찍어주었더니 횡단보도 신호등의 색이 바뀌어서 성화는 여학생을 향해 한번 싱긋 웃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저 멀리서 윤호가 보고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윤호는 급하게 성화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성화는 휴대폰이 무음이어서 전화를 못 받았고, 윤호는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떡하지 어떡하지? 고민하던 찰나 민기에게 전화가 왔다.

 

[ 여보세요? ]

[ 어 윤호야 난데 옆에 성화 형 있어? ]

[ 아니.. 지금 성화 형 전화를 안 받아. ]

[ 성화 형 번호 따였지. ]

[ 어.. 어떻게 알았어? ]

[ 홍중이 형 기다리다가 봤어. 그나저나 너 성화 형 좋아하냐? ]

[ 너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

[ 홍중이 형이 너가 성화형 좋아하는 거 같다고 했는데 진짜일 줄 몰랐다. ]

[ 성화형 이러다 여자랑 사귀는 거 아니냐?.. ]

 

 민기와 전화를 하고 있던 윤호의 눈에는 눈물이 떨어졌다. 윤호가 이렇게 성화를 좋아하고 있는데 윤호가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한 민기였다.

 

[ 야 지금 성화형 한테 전화해봐. ]

[ ..알겠어. ]

 

 윤호는 떨어지는 눈물을 교복 소매로 닦고 민기의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성화에게 전화를 걸었다.

 

- 뚜르르.. 뚜르르..

.. 달칵.

 

 성화는 윤호의 전화를 받았다. 윤호와 성화는 한동안 말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그 정적을 깨는 사람은 윤호였다. 

 

[ .. 형.. ]

[ ... 어 윤호야. ]

[ 그 여자랑 만날 거예요? ]

[ .. ]

[ 왜 말이 없어요? 진짜 만날 거예요?.. ]

[ 모르겠어.. ]

[ 형 여자 좋아했어요? 형이 여자랑 만나면 내가 뭐가 되는데요.. ]

 

 전화를 걸기 전에는 어떻게 형한테 말을 걸지? 고민했던 윤호지만 막상 성화와 전화를 하니 서러웠던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다. 전화기 너머로 아무 말도 못 하는 성화에게 윤호는 눈물을 떨어뜨리며 성화와 전화를 했다.

 

[ 난 형을 진심으로 좋아했는데.. 난 안되는거예요? ]

[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

 

 이렇게 말하곤 성화는 전화를 끊었다. 윤호는 참고 있던 감정이 복받쳐 올라오며 윤호의 눈에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버스에 올라타는 성화를 보며 윤호는 가만히 눈물만 흘렸다.

 

 -

 

 성화는 집에 도착하고 다시 윤호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했지만, 아까 번호를 준 여학생에게서 문자가 왔다.

 

[ 저,, 아까 번호 딴 사람인데요.. ] P.M 5:24

[ 네 안녕하세요. ] P.M 5:25

[ 혹시 폐가 안된다면 앞으로도 연락해도 될까요? ] P.M 5:25

[ 저 잠시만요. ] P.M 5:27

[ 앗 네네! ] P.M 5:27

 

 대충 대화를 마무리하고 성화는 다시 윤호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했다.

 

- 뚜르르... 뚜르르..

 

 하지만 윤호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성화는 안절부절하며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몇 분이 흘렀을까? 윤호에게서 전화가 왔다.

 

[ .. 형 왜요? ]

[ 그.. 아까.. ]

[ 네.. ]

[ 너가 나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했잖아.. ]

[ 네.. ]

[ 혹시 어제 했던 고백이 그거였어?.. ]

[ .. 네 근데 형이 거절했잖아요. ]

[ 난 너가 친한 형, 동생 사이로 좋아한다고 한 건 줄 알았어. ]

[ 그럼 그건 둘째치고, 왜 아침부터 저 피했어요? ]

[ 그게.. ]

[ 괜찮아요. 말해봐요. ]

 

 성화는 윤호가 자신을 싫어해서 그런가라고 말이 쉽게 안 나왔다. 지금 윤호가 성화가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을 보면 이렇게 착한 앤데 왜 미워했는지 이해가 안 가고 홍중의 말이 맞는거 처럼 보였다. 여태까지 자신 혼자만의 오해로 윤호에게 상처를 입힌 자신이 너무 싫었다.

 

 성화는 윤호에게 안 들릴듯한 소리로 눈물을 삼켰다. 너무 미안해서 흐르는 눈물을 교복 소매로 닦다가 크게 코를 먹는 소리를 냈다.

 

[ 형 울지 말고 말해봐요, 네? 제가 다 고칠게요. ]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면서 왜 그렇게 착한 건지 성화는 이해가 안 가면서도 윤호에게 고마웠다.

 

[ 그게.. 난 너가.. 나 싫어하는 줄.. 알고.. 그래서.. 나한테.. 눈도 안 마주치고.. ]

[ 형 조금만 기다려요. 갈게요. ]

 

 윤호는 성화와의 전화를 끊지 않고 성화의 집 앞까지 뛰어갔다. 성화의 집은 7층이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야했다, 하지만 윤호는 엘리베이터가 꼭대기 층에 있는 것을 보고 오래 걸리더라도 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

 

 성화에 집에 띵동- 소리가 울리며 성화는 붉은 눈으로 현관을 쳐다보았다. 붉어진 눈으로 현관으로 나가서 현관문을 열어주자 그곳에는 얼굴이 빨갛고 뛰어온 거처럼 헉헉대는 윤호가 있었다. 성화는 붉은 눈으로 놀란 얼굴을 띄우며 딸꾹질을 하는데 윤호는 성화를 보자마자 끌어안았다. 그리곤 성화에 귓가에 속삭였다.

 

“ 제가 형을 왜 싫어해요.. ”

 

 성화는 그 말을 듣자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다리의 힘이 풀리며 눈물이 더 흘러나왔다. 윤호를 끌어안으며 다행이라고 자신 혼자 오해한 거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다. 윤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성화는 정말 서럽게 울었다. 자신이 잘못했는데도 이렇게 받아주고 용서해주는 동생이 윤호라서, 윤호가 동생이라서 정말 고맙다고 생각을 했다. 

 

 -

 

 성화가 진정이 됐을 즘, 윤호는 얼굴이 빨개진 것도 괜찮아져서 현관문을 닫고 성화의 앞에 앉았다.

 

“ 형 제가 형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 ”

“ 어.. ”

“ 왜요? 전 오히려 형한테 차이고 나서 더 좋아졌는데.. ”

“ .. 진짜 아니지.. 거짓말이잖아,, ”

“ 아닐 텐데, 저 형 번호 따였을 때 조마조마해서 형한테 전화한 거잖아요. ”

 

 성화는 이제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떨구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윤호의 눈과 자신의 눈을 마주쳤다. 

 

“ 그럼 나 아직도 좋아해? ”

 

 윤호는 대답을 안 하는 대신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목덜미까지 빨개진 윤호를 보며 성화는 말없이 배시시 웃었다. 

 

“ 지금 다시 고백하면 받아줄 수 있어 윤호야. ”

 

 윤호는 대답 대신에 성화를 다시 한번 끌어안았다. 성화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윤호를 끌어안았다.

 

“ 형, 그 여자애랑 만날 거예요? ”

“ 아니. 나 너한테 문자 보내려고 연락 끊었어 아까. ”

“ 다행이다.. ”

 

 윤호는 성화의 목에 머리를 비볐다. 성화의 목에서 부드러운 비누 향이 윤호의 코에 은은하게 풍겨왔다. 성화는 그런 윤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윤호는 하루 동안 마음고생을 했지만, 성화도 자신과 똑같이 힘들었을 거라고, 아니 더 힘들었을 테니까 지금부터라도 성화와 윤호는 새로운 시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