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Collab Season 3
COL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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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세계를그대로끌어안는법

참혹

낫섷초록

"산아. 넌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떨 것 같아?"

"갑자기 무슨 말이야?"

"그냥..."

"그런 말 하지마. 평생 내 옆에 있어준다며."

"응. 그랬지."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사람이었다. 멍하니 하얀 집 천장을 올려다만 보던 성화가 문득 질문을 던졌을 때, 산은 성화의 무릎에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 차게 식은 손을 주물러 녹여주면서. 성화는 그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곧 눈을 감았다. 잠시 뒤에는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산은 앞으로 떨궈지는 성화의 얼굴을 제 어깨에 기대었다. 침대로 옮기는 사이에도 깰까 조바심에 그대로 밤을 꼴딱 새었다. 곤히 잠든 얼굴이 못내 사랑스러워 햇살이 눈을 내리쬐는 순간에도 성화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누군가가 제 곁에 호흡하며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모른다. 산은 그것을 성화 덕분에 깨달았다. 반대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 마저도. 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다. 산은 제 생은 어디서 보나 비극일 것이라 짐작했다. 새드엔딩에 대한 복선과 암시 따위는 외면한 채 행복한 장면에 취해있었던 것이 잘못이었을까.

성화는 그의 말대로 어느 날 영원히 잠들었다. 산을 끌어안고 있는 몸뚱이가 지나치게 차가웠다. 산은 한기때문인지 무엇때문인지 모른 채 몸을 덜덜 떨었다. 성화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성화가 다시금 숨을 쉴 수만 있다면 언제까지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온 힘을 다해 성화의 가슴팍을 압박하다 뚝 소리가 들려올 때에야 멈추었다.

"미안해. 아프게 해서..."

눈물이 툭 제 손등 위로 떨어졌다. 그제야 눈물이 쏟아졌다. 내리눌렀던 가슴을 어루만지는 손에 핏줄이 솟아올라 있었다. 꾹꾹 울음을 내리참으며 성화의 손을 깍지끼어 쥐려했으나 이미 딱딱히 굳은 손은 잡히지 않았다. 그것이 내내 저와 함께했던 성화의 모습 같아 이를 악 물었다. 어린 짐승같이 울부짖는 소리가 건물을 울렸다.

 

 

 

 

 

 

성화를 보내주고 집으로 돌아와 현관을 열었을 때, 웃는 얼굴의 성화가 환상처럼 산을 맞이했다.

화는 성화의 복제 안드로이드였다. 산을 위해 남기고 간, 성화를 똑 닮은 안드로이드. 언제나 멍한 얼굴의 성화에게서도 풍기던 따스함 마저 느껴졌다. 헛것을 보는 중이거나 귀신이거나, 혹은 재림예수라도 된 양 성화가 기적적으로 살아돌아온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실은 안드로이드나 그것들에 큰 차이는 없는 듯 했지만. 성화일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는 산을 앉혀둔 화의 입이 벌어지고 성화의 목소리가 줄줄 새어나왔다.

산아, 먼저 두고 가서 미안해.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해. 화는 널 위해서 존재해. 나라고 생각하고 잘 대해줘.

마지막의 마지막에도 사랑한다는 말은 없었다. 씁쓸한 웃음이 잇새를 비집고 새어나왔다.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산 하나만으로도 족했다. 그마저도 이제 의미를 잃었지만. 그렇더라도 성화의 선택들을 원망하고 싶지 않았다. 성화를 이해하고 싶었다. 비록 저를 버리고 눈을 감았어도, 무언가를 준비했다는 사실마저 사랑해 마지 않기로 했다.

성화의 모습을 띄고 음성을 내는 화에게서는 성화의 향가 나지 않았다. 성화는 실제와 거의 동일한 고가의 안드로이드를 구매할만한 재력이 없었기에 저가 안드로이드에 제 DNA와 메모리칩을 심었다. 충분한 시간을 두지도 않아 화의 기억은 뒤죽박죽이었고 드문드문 시스템이 종료되거나 생각을 멈추는 오류가 있었다.

산은 품에 안아도 펄떡펄떡 뛰는 심장 따위 없는 게 박성화라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를 볼 때마다 성화에 대한 죄책감까지 들었다. 그를 끝까지 지켜주고 보살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에게 세상을 살아갈 단 하나의 희망도 되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슬픔, 지나쳐간 시간에 대한 미련이 한데 엉켜 뒤섞였다. 눈을 마주치는 순간마다 제게 내려온 징벌 같아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괴롭기만 했다.

화는 산이 먹든 먹지 않든 아침을 차리고, 점심을 차리고, 저녁을 차렸다. 성화가 심어둔 설정에 가정 보급용 안드로이드 기반 본체가 섞이니 종일 집안일을 했다. 산이 말을 걸기 전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마저도 성화를 떠올리게 했다. 전엔 말도 많고 웃음도 많은 사람이었다는데, 그일 이후로는 태초부터 감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마냥 굴었다. 웃지도, 울지도 않아 산이 그 대신 울고 웃었다. 감정을 이끌어내려 부러 못되게 굴어도 전혀 반응이 없어서 도리어 산이 화를 냈다.

 

 

 

 

 

 

늘 지나오는 큰 길가에는 안드로이드 서비스센터가 하나 있었다. 1층부터 3층까지는 상점, 4층부터 7층까지는 병원이었다. 그곳에 가면 화 마냥 하자가 있는 안드로이드가 즐비해있었다. 반려인을 잃었다거나, 반려인이 환불을 요청했다거나 기부를 했다거나 하는 등의 상황에 따라 메모리칩을 지운 뒤 다시 판매가 되기도 했다. 산은 쇼윈도 너머 저와 눈을 맞추며 생긋 웃고있는 안드로이드들을 물끄러미 한참을 바라다 보았다. 집에서 가만히 앉아 저를 기다리고 있을 화를 이 곳에 기부해버릴까 하고. 사랑을 주지 못하고 비극에 잠긴 저보다야 그를 사랑해줄만한 반려인과 지내는 것이 화를 행복하게 해주는 길 같았다.

성화를 잃고 부터는 가정법에 집착하게 되었다. 만약, 내가 성화를 행복하게 해줬더라면. 만약 내가 성화를 살릴 수 있었더라면. 만약, 그 말을 들었을 때 성화를 붙잡았더라면. 만약,화가 성화를 닮지 않았더라면. 만약, 성화를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수많은 가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바닥까지 늘어졌다. 가능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항목들에 자꾸만 물음표를 붙이는 모순적인 행위였다.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안드로이드 서비스센터에서 나눠준 전단지는 언제나 꼬깃꼬깃 접혀 바지 주머니 속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와 벗어둔 옷이 언제인지 세탁기에 들어가 있었다. 흰 빨래와 색이 있는 옷은 반드시 분리하던 성화와 달리 화는 옷이라면 몽땅 한 번에 넣어 돌렸다. 특수 가공이 된 종이라 흰 티셔츠가 온통 얼룩덜룩해지고 세탁기도 엉망이 되었다. 바닥에는 물이 흥건했다. 산이 팔을 거둬붙이며 다가가자 화가 손을 내저었다.

"오지 마. 미끄러워서 넘어져."

"흉내 낼거면 제대로 내. 박성화는 나한테 그런 말 안해."

화는 입을 꾹 다물었다. 조용하고 온순한 성격이 기본값이라 산이 종종 큰소리를 낼 때에는 눈을 내리깔고 그저 가만히 있었다. 성화와 지낼 때에는 이런 일을 수습하는 건 언제나 산이었기에 익숙하고 재게 움직였다. 세제 거품이 하얗게 인 바닥을 문질러 닦으며 종종 찾아오곤 했던 이런 날들을 떠올렸다.

성화는 종일 금붕어가 헤엄치는 어항을 처음 본 고양이처럼 창 밖을 보는 일에 몰두했다. 제 옆에서 접시가 깨지든 산이 엎어지든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제 옆으로 총알이 날아온대도 모를 테였다. 창 밖은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풍경인데도 무엇인가를 발견하길 바라는 것 같았다. 성화와 눈을 맞추는 시간보다 그의 옆모습을 흘긋대거나 등을 바라보는 순간들이 더 길었다. 손에 닿지 않아도 눈길이 닿는 곳에서 언제나 등밖에 볼 수 없어서, 산은 성화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성화가 없는 산의 생일을 처음 맞았다. 일기 예보에서는 비 소식 없이 맑다고 했는데 새벽부터 오후까지 내내 장대비가 쏟아졌다. 꼭 누군가 울고 있는 것처럼. 산은 만약 누가 울고 있다면 그것이 성화는 아니길 빌었다. 저녁이 되자 잠깐 나갔다 오겠다던 화가 케이크 하나를 들고 꼬깔 모자를 쓰고 돌아왔다. 산은 전에 없이 눈을 접으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어디서부터 그러고 왔어?"

"저기 빵집에서부터?"

"그러고 집까지 걸어온 거야?"

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산이 초를 끄려 얼굴을 들이밀자 얼른 손으로 케이크 앞을 막았다. 소원, 소원 빌어야지. 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엔 성화가 행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지만 이젠 바랄 것이 없었다. 눈을 반짝이며 저를 바라보고 있는 화를 슬쩍 바라보았다. 같은 얼굴을 하고 웃고 있으니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성화가 있는 곳이 어디든, 웃게 해주세요. 그거면 됐다. 어차피 산은 처음부터 웃고 있지 않았으니까. 그랬던 적 따위 없으니까.

안드로이드 설정값이란 건 꽤나 무서운 것이었다. 겪어봐서 알았다. 화는 산을 사랑해주는 것이 8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큰 설정값이어서 산의 말이라면 뭐든 따랐다. 무슨 일이든 산을 위해서 행했고 산이 시키는 짓이라면 하늘의 별도 따다줄 수 있을 것처럼 굴었다. 오늘이 성화의 생일이라 화가 생일 축하를 받았다면 화의 소원은 산의 영원한 행복이었을 것이다. 산이 오늘의 소원이 화가 사라지는 것이라 대답했다면, 기기를 과열시켜 자폭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산은 종국에는 설정값과 사랑 중 어떤 것이 더 무서운 것인지를 헤아려내지 못했다.

다음 날, 산은 화와 함께 성화를 묻은 곳에 왔다. 화는 제 무덤이라도 되는 양 묘비를 바라보다 눈물을 흘리며 뒤돌아섰다. 언뜻 보인 우는 얼굴이 성화를 떠올리게 했다. 성화는 종종 소리내지 못하고 숨죽여 울었다. 산이 차려준 밥을 먹다 눈물을 떨구고 잠을 자다가 깨서는 울기도 했다. 입술을 꾹 물고 눈물을 쏟아낼 때면 산은 어찌할 줄을 몰라했다. 성화는 그런 날마다 산을 끌어안았다.

산아, 산아. 너 거기 있는 거 맞지?

응. 나 여기 있어.

산아. 너 최산 맞지?

응. 나는 최산이지. 형은 박성화고.

다정한 목소리를 내며 등을 도닥여 안아주어도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어린아이처럼 소리내어 울다가 눈물을 닦고 품에서 떨어졌다. 그런 후에는 또 전처럼 되돌아가 무미건조한 얼굴로 종일을 지냈다. 발 아래서부터 차오르는 눈물을 참기를 매일 반복하다가 결국 목끝까지 차오른 울음을 울컥울컥 쏟아내는 성화를 바라보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러다가 언젠간 침수될 것만 같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제가 그 끝없는 심연에 빠져 죽더라도 성화의 손을 잡아 끌어올려줄 것이라는 다짐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말이다.

 

 

 

 

 

 

안드로이드는 죽으면 고철덩어리가 되고 인간은 흙으로 되돌아간다. 기이한 일이었다. 감정까지 가진 물체에 대해 가격을 매겨 사고 팔아 물건 취급을 하면서도 죽음이라는 유한한 생명력을 부여했다. 제 의지로는 죽을 수 없으나 정해진 죽음이 있었다. 인간이 정해주는 수명. 안드로이드의 삶 모든 곳곳에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이 없었다. 결심을 굳힌 산은 내심 화에게 미안해졌다.

"미안해."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산이 뭘하든 그건 산의 선택이야. 난 그걸 존중해."

"우리가 만약 이렇게 만나지 않았다면,"

"그럼 만나지 못했을 거야."

"그렇겠네... 내가 부를 때까지 저기서 뒤돌아 있을래?"

화는 고개를 끄덕이고 산이 가리킨 언덕까지 올라갔다. 이상하다. 숨이 찰 리가 없는데 숨이 턱턱 막혀왔다. 화는 울컥이는 가슴께를 움켜쥐었다. 칩이 박혀있는 목 뒤가 찌릿찌릿했다. 이 정도 거리라면 산이 불러도 듣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미쳐와 고개를 돌렸을 때에는 이미 되돌릴 수 없을만큼 늦은 후였다.

앞을 보지 못할 정도로 눈물이 쏟아졌다. 산이 고꾸라져있는 성화의 묘비를 보며 미친듯이 내달렸다. 언덕을 내려가다 굴러 어깨와 무릎팍이 삐그덕댔다. 몇 걸음 더 가지못하고 망가진 관절이 힘을 쓰지 못해 바닥을 나뒹굴었다. 바닥에 엎어져 눈을 치켜떠 가장 먼저 산의 가슴팍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벌어진 가슴 새로는 어떠한 빛도 뿜어나오지 않았다. 떨리는 눈동자가 향한 산의 손에는 초록빛이 깜빡거리는 기기 덩어리가 쥐여 있었다. 화는 팔꿈치로 바닥을 기었다. 성대가 고장난 듯 말이 채 나오질 않아서 으, 으, 같은 신음을 반복했다. 화는 산의 허리 아래로 팔을 쑤셔 넣어 그를 끌어안았다. 살갗 아래 드러난 고철이 산의 살갗을 파고 들었으나 이미 마비된 감각은 산에게도 화에게도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산. 눈 좀 떠봐. 산! 나, 나 부른다고 했잖아."

"...안... 미안."

"병... 병원에 가야 해. 살 수 있어. 산은 죽지 않잖아."

"내버려둬. 나를 두고 가."

"어떻게 그래. 나는 산을 사랑해. 사랑해."

산은 힘없이 웃었다. 기다려온 말을 듣고 싶지 않았던 이에게 들었다. 산은 화가 온 힘을 다해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성화가 제 손을 놓았듯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주 아주 처음부터 잘못된 것 같다는. 첫 단추를 잘못 꿴 것 같았다. 아니면 그보다 더 처음 실을 짤 때부터 잘못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

 

 

 

 

 

 

안드로이드 980403 취조 기록

 

 

 

 

안드로이드가 반려인 없이 동거하는 것 불법이란 거 알면서 왜 묵인했습니까? 왜 신고하지 않았습니까?

산의 설정값은 반려인에 대한 애정이 100%인 상태였습니다.

왜 신고하지 않았냐고 물었습니다.

지금 대답하고 있습니다. 반면 저는, 산에 대한 애정이 80%인 상태였습니다. 저는 저와 산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남은 제 20%의 설정값이었습니다. 인간이 설정값을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당신들 아닙니까?

990710이 자폭할 걸 알았습니까?

사랑이란 걸 해본 적 있으십니까? 그건...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느껴졌던 살기였습니다. 자폭하기 직전의.

왜 그대로 두었습니까?

산이 저와 반대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해서든 저를 살려놓는 것이 그의 본능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제 본능은 산이 바라는대로 모두 흘러가게 두는 것이었습니다.

990710의 기기는 어디 있습니까?

저를 데려오셨던 그 숲 어딘가에 있겠죠. 하지만 메모리칩도 본체도 모두 망가졌을 겁니다. 값이 싸 허술한 심장 박동 기기도요. 산은 가슴을 열어 그걸 가장 먼저 꺼낸 것 같았습니다. 떼어내도 죽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는 듯 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당국에 신고했다면,

그랬다면 산을 살려두셨을 겁니까? 아니요. 아마 산을 산채로 낱낱이 분해해 그를 연구에 썼을 겁니다. 나는 그로부터 산을 지킨겁니다. 어떤 벌을 주어도 받겠습니다.

당신을 분해해도 상관 없다는 겁니까?

네. 처음부터 각오한 일이었습니다.

알겠습니다. 990710의 본체를 찾아온 뒤에 다시 취조하겠습니다.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산은 이제 없어요. 그날 거기서 사라진 겁니다. 본체를 다시 찾게 된다해도 그건 산이 아닙니다.

990710이 죽었다고 생각합니까?

예. 산으로서는. 그렇다면 저도 묻겠습니다. 왜 하필 최산을 실험에 썼습니까? 최산의 죽음이 박성화에게 끼칠 지대한 영향을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당신이 관여할 바가 아닙니다.

산은! 어디까지나 안드로이드입니다. 그는 최산을 대신하지 못합니다. 산이 자폭하도록 둔 건 내가 아닙니다.

p.s.

먼저 섷른합작에 참여하게 되어 너무 기뻤고 주최자분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모든 작품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섷른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에서 많은 부분을 담지 못해 후기에서나마 풀어봅니다. 산과 성화는 둘 다 인간으로 사랑하는 연인이었으나 시대의 흐름 상 가난한 사정이었습니다.정부와 기관에서는 산을 실험 대상으로 사용했고 부작용으로 인하여 산이 사망하였습니다. 그러나 안드산은 정부에서 실험한 안드로이드였기에 화와 다르게 인간과 별 다름없이 소통하고 감정을 깊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려인 없이 안드만 동거하는 것이 불법임을 알면서도 화를 남기고 갈 만큼 성화는 안드산을 아꼈습니다. 다만 그것이 사랑은 아니었고, 안드산이 화에 대하여 서술하던 감정들은 성화가 느꼈던 감정들을 반영한 것입니다. 화가 박성화가 아니듯 산이 최산이 아니라서 성화는 안드산을 사랑할 수 없었고 그것을 화가 나타나서야만, 불가항력처럼 깨닫게 되고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로 인한 떼어내도 죽지않는 심장을 가진 제 존재 자체에 대한 자괴감이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었습니다.

많이 어두운 글이라 산이랑 성화에게는 쓰면서도 미안해졌지만... 세계관 상 인간 낫섷은 하늘에서 만나 행복하게 사랑하고 안드로이드 산과 성화는 모든 기억을 지운 채 새로운 반려인을 만나 잘 지내고 있다고 믿어주세요.ㅜㅜ 저도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며 글을 마쳤습니다. 짧은 글에 비해 긴 후기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