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Collab Season 3
COL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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紅布之戀

라미

웡섷빨강

* 가상의 황궁 배경




"분명 살려주신다고 약조하셨습니다."

"내가 그랬더냐."

"왜 그러셨습니까."

"성화에게 마음을 준 너의 죄다."


고개를 조아린 우영의 눈은 이미 충혈되어 있었다. 믿기 힘든 진실을 마주한 우영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를 따라 밖으로 향하였으나 이내 군사들에게 저지 당했다. 한껏 쏘아본 후 자신의 무력함을 탓하며 황궁 안에 자의로 갇혔다. 보료를 깔고 앉은 우영은 황제가 마련해준 방에 있는 자신이 미친 듯이 싫었다. 손목에 감긴 붉은 천에 금색 실로 수놓아진 영(英) 이라는 글자를 뚫어져라 보았다. 그러다 품 안에 같은 색이지만 다른 글자(星)가 새겨진 천을 꺼내어 한참을 바라보다 품에 안고 눈물을 삼켰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우영은 몰랐다. 제 욕심이 화를 불러일으켰음을 깨달았을 땐 이미 성화는 제 옆에 없었다. 차라리 성화 대신 자신이 죽었더라면……. 우영을 고개를 저었다. 후회를 해봤자 성화는 돌아오지 않는다. 




§




황제는 원래도 여색을 즐겼으나 황제의 아이는 오롯이 황후와 가장 아끼는 귀인 연 씨의 소생만이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 외의 후궁들에게 아이가 생기면 공주는 살려두었고 황자는 즉시 사살했다. 이는 정통성을 중요하게 여긴 황제의 뜻이었다. 적후(嫡后)-정통 황후-는 이남 일녀를 두었으며 연 씨는 황자 한 명뿐이었다. 적자가 아닌 황자는 본디 일정 나이가 차면 사가에서 지내는 게 국법이었으나 황제는 황자를 끔찍이 아껴 황궁에 두게 하였다. 다만 그 싹을 잘라낼 뿐이었는데 황태자의 스승과 황자의 스승의 차이를 두며 황자는 무예를 배울 수 없었다. 이는 차후에 황위를 찬탈할 기회조차 없음을 공공연하게 선포한 셈이다. 게다가 성화는 이름에서부터 황위를 감히 넘볼 수 없었다. 

갓난아기를 안은 황제는 이리 명했다. 별이 되어라. 자기 자식이 태양이 될 수 없다는 걸 직감한 연 씨는 운명을 받아들였다. 적후가 괴롭혀도 감내했다. 성화는 어려서부터 제 어머니에게 욕심을 내어선 안 된다고 배웠다. 그러나 성화는 욕심을 내었다. 이미 제 위로 두 명의 형들이 있었지만 언제든 자신에게도 기회가 돌아오리라 믿었다. 


우영은 성화가 1년 여간 외가인 의주에 있을 때 처음 만났다. 자리를 비웠던 반년 사이 새로 들어온 노비라 그랬다. 또래 같아 보여 수시로 제 방에 드나들게 했더니 자신을 곧 잘 따랐다. 우영은 종종 성화의 방에 들어와 말벗이 되어주었는데 황궁 밖의 삶에 무지한 성화에게 우영의 세상 이야기는 제법 흥미로웠다. 외숙부에게 일러 우영을 몸종 삼을 수 있냐 물었더니 흔쾌히 그러라 해주었다. 그때부터 성화는 우영에게 글을 익혀주었다. 우영이 글은 어렵다며 투덜대도 성화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무예를 익힐 수 없는 몸이라 하는 것이 독서뿐이었는데 때때로 우영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자그마치 1년이었다. 적어도 1년의 시간은 우정과 사랑의 경계를 허물게 할 수 있었다. 

황궁에서의 삶은 외로웠다. 그로 인해 성화는 자주 외가에 드나들곤 했으나 아예 이렇게 오래 자리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복형제인 황태자는 감히 만날 수도 없었고 바로 위의 황자는 성화를 좋아하긴 하나 적후가 감싸고 돌아 어릴 때와는 달리 얼굴을 마주하기 어려웠다. 그런 성화에게 우영은 단순히 벗이 아니었다. 성화가 황궁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에 우영이 찾아와 물었다. 


"황자님께선 절 얼마나 아끼세요?"

"널 많이 아낀단다. 황궁에 함께 가고 싶을 만큼."

"그럼 데려가 주세요."

"영아, 그건……."

"저는 이곳이 너무 싫었습니다. 근데 황자님과 함께 보낸 시간은 좋았어요. 황자님 없는 이곳은 또 다시 제겐 지옥일 것입니다."


우영의 단단한 손을 잡은 성화가 안쓰러운 얼굴로 우영을 바라봤다. 그리고 우영을 꽉 끌어안았다. 우영에게 성화는 돌파구일 수밖에 없었다. 일반 사가에서 노비로 지내느니 황궁에서 황자의 시종이 되는 편이 차라리 나았다. 게다가 그동안 성화와 가까이 지내면서 아무도 우영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성화가 없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 분명했다.

연 씨는 1년 간 사가에 나갔던 아들이 새로운 몸종을 데려오자 경계하였지만 이내 경계를 풀었다. 아들의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줄 사람이라 여겼는 지 이내 귀한 비단을 가져와 우영만을 위한 옷을 만들라 일렀다. 성화의 방 옆에 따로 마련한 자그마한 공간이 우영의 거처였지만 의주에서 지낼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넓었다. 천천히 방을 둘러보던 우영은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휙 돌았다.


"방은 마음에 드니?"

"너무 넓어서 믿기지 않습니다!"


해맑게 웃는 우영을 보니 성화 역시 마음이 편해졌다. 우영의 소식은 적후의 귀에까지 다다랐다. 궁녀의 말이 흥미롭다는 듯 이야기를 재촉한 적후는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 아이를 내게 데려와라."


남궁도 화려한 축에 속하였지만 서궁은 범접할 수 없었다. 서궁에서도 가장 안쪽에 자리한 전각에 들어선 우영은 눈을 굴리기 바빴다. 그런 우영의 행동에 궁녀가 주의를 주었으나 완강히 저지 하진 않았다. 궁에 들어오기 전 우영은 들은 바가 많았다. 첫 번째 황후인 적후는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라 들었다. 일반 민가에서는 적후가 모든 후궁들의 아이들을 죽이라 명했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돌았다. 그러나 이런 말을 굳이 제재 하지도 않으며 소문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적후의 대담함도 함께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 사람이 아무도 모르게 저를 찾았다. 우영은 잔뜩 긴장한 채 고개를 숙였다. 


"황후 폐하를 뵙습니다."

"남궁의 황자와는 어떤 관계냐."


지체할 것 없이 바로 성화에 관해 묻는 적후에 우영은 더욱 긴장했다. 게다가 이름 조차 언급하기 싫다는 듯 남궁 황자라 칭해버리니 황궁에서 힘들었을 성화 생각에 가슴이 아렸다. 


"지난 해부터 모시게 되었습니다."

"황자가 많이 널 많이 아끼나 보구나. 이렇게 데려올 정도면."

"성정이 고우신 분입니다."

"그렇게 착한 황자의 이야기를 앞으로 내게 직접 들려줄 수 있겠느냐?"


감시를 하라는 소리였다. 제가 알기론 분명 욕심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뭐가 그렇게 불안하고 견제를 하는 지 우영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쉽게 대답을 내놓지 못하자 적후는 다시금 물었다. 


"황자가 무얼 하는 지 궁금해서. 만날 수 있어야 말이지."


거짓말. 일부러 만나주지도 않는 것이었다. 성화와 연 씨를 남궁에 가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이야기 또한 우영은 모르지 않았다. 또한 그녀는 자신이 형제를 버리고 도망쳐 온 것을 우영에게 상기시켰다. 그가 성화 몰래 형제에게 돈을 보냈던 것까지. 




*




서궁에 불려간 우영이 힘없이 돌아오자 성화가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말없이 손을 잡고 궁 안쪽의 호수로 향했다. 보는 눈이 많았으나 아랑곳 하지 않았다. 성화는 우영이 입을 열기 전까지 아무 말 하지 않고 기다렸다. 


"별일 없었습니다."


우영은 무심코 거짓을 말했다. 적후가 황자님을 감시하랬어요 라고 차마 말 할 순 없었다. 우영은 성화가 좋았지만 생사가 달린 건 다른 문제였다. 별일 없다는 우영의 말에 성화는 기분이 찜찜했지만 넘어갔다. 성화가 품속에서 붉은 천을 꺼냈다. 말 없이 우영의 손목에 감아주었다. 천에는 금색 실로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우영은 한참을 보다 손으로 글자 부분을 만져보기도 했다. 


"내 사람이라는 표식이다. 나의 사람. 나의 우영아."

"……"

"나는 내 사람을 지키기 위해 힘을 키울 생각이야."


외가인 연 씨 가문을 대표하는 홍색이었다. 혼례를 치르기 전 상대의 집안에 예단을 보낼 때 홍색의 천으로 감싸 보낸다. 물론 우영은 이 의미를 알지 못했다. 성화가 한 번 더 자신이 그의 사람임을 강조하자 우영은 생각이 깊어졌다. 마음을 아예 모르는 건 아니었으나 이렇게 적극적으로 표현한 건 처음이었다. 우영은 성화를 처음 본 날부터 그를 마음에 품었다. 안 되는 사람인 줄 알았지만 더 가까이 지내고 싶었고 죽어서야만 나갈 수 있는 황궁까지 따라 들어왔다. 시궁창 같은 삶을 벗어나게 해준 사람이 성화였다. 우영이 성화를 안았다. 그러다 문득 적후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의주 사가에 있는 너의 형제를 생각하렴. 재밌는 이야기를 가져오면 그의 노비 문서를 없애주마. 미안함과 고마움이 공존하는 감정 속에서 우영은 눈 딱 한 번 감기로 결정했다. 자신의 등을 쓸어오는 따뜻한 손길을 한 번만 외면하기로 다짐한다. 




*




성화는 커갈수록 황권에 위협이 되는 존재였다. 적후의 가문은 위세가 대단했으나 연 씨 가문 역시 그러했다. 황태자는 자신의 자리를 아무나 넘볼 수 없는 자리로 만들고 싶었다. 애초에 다른 후궁의 소생들은 죽였으면서 남궁의 주인은 왜 살려두었는지 특히 성화를 살려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으나 생각을 거두었다. 적당한 핑곗거리를 찾아 성화를 없애고 싶은 황태자는 우영을 빌미로 견제를 시작했다. 그 무렵 성화는 의주 사가에 출궁하는 일이 잦았다. 몰래 나가는 일이라 우영 외에는 아무도 몰랐으나 서궁에 그 소식이 들어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우영의 서신을 받은 적후는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띄고 있었다. 서랍을 열어 우영의 서신을 보관 했는데 이미 성화의 일과가 적힌 종이가 한가득이었다. 


의주에서 돌아오는 날이면 성화는 우영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남궁의 황자가 혼인도 안 하고 외가에서 데려온 남자 몸종과 종종 잠을 같이 잔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성화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연 씨는 못마땅했다. 둘의 사이가 돈독해 보여 우영을 좋아했으나 근래 들어 성화가 자리에 없으면 우영 또한 별궁에 있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궁녀를 시켜 알아 오라 했는데 서궁 출입이 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화는 우영을 끼고 돌았다. 의심해보라 하면 그럴 리 없다며 단호히 말했다. 연 씨는 여우 한 마리가 자신의 아들을 홀려냈다 여겨 우영을 볼 때마다 노려보았다.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연 씨의 눈치가 제법 빠른 편이긴 하지. 그리 하도록 하여라."

"약속은 지켜주시기로 하신 겁니다."



적후는 성화가 의주의 독립을 위해 출궁이 잦은 것을 이용해 성화를 없애기로 마음 먹었다. 야속하게도 우영은 이런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단지 의주 외가에 있는 성화의 외조부와 외숙에게만 벌을 내릴 것이라 생각했다. 어찌 되었든 지방의 독립은 반역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성화가 언젠가 우영에게 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성화는 우영을 위해 힘을 기르겠다고 했다. 우영은 이미 알고 있었다. 성화의 계획은 실패할 것 이라는 걸. 그리고 굳이 우영이 간자의 노릇을 하지 않았더라도 서궁에서는 정보를 가져오는데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우영이 그 속도를 빠르게 한 것 뿐이었다. 성화와 나란히 누워있던 우영이 그의 품에 안겼다. 우영이 제 안으로 들어오자 성화는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의주에서 지내던 습관이 여전히 남은 것이었다. 품에 안긴 우영에게 무슨 일이냐 먼저 묻기 전에 우영이 입을 열었다. 


"제가 무슨 짓을 해도 저를 버리지 않으실 거죠?"

"나는 내 사람은 절대 놓지 않는단다. 영아, 무슨 일 있니?"

"아닙니다. 그리고 의주는 그만 가시면 안 됩니까?"

"그건 왜?"


머뭇거리는 우영을 보자 성화는 몸을 일으켰다. 우영도 같이 몸을 일으켰다. 제 눈을 피하는 우영을 보니 성화는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우영에게 다시 물으려 하는 순간 밖에 있던 궁녀가 숨을 헐떡이며 들어왔다. 황제가 곧 숨이 넘어갈 것 같다는 말을 전하자 성화는 단숨에 동궁으로 향했다. 우영은 방에 홀로 남아 불안한 듯 몸을 가만히 두질 못했다. 칠흑 같은 밤이 지나고 새벽을 맞이했을 때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우영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분명 새로운 황제는 성화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성화가 제 침소로 돌아왔을 때 우영이 달려가 그를 안았다. 축 늘어진 성화는 모든 것을 잃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영은 좀 더 세게 성화를 안았다. 자신에게는 황제였으나 성화에겐 아버지였으니 상심을 헤아릴 수 없었다. 이것이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위로의 전부였다. 성화는 지금 우영과 있는 시간이 멈추길 바랬으나 쉴 틈 없이 바빴다. 우영의 도움을 받아 겨우 환복을 마친 후 바로 선황의 부고를 알리고 장례를 치렀다. 장례식이 계속되는 동안 우영은 하늘에 기도했다. 오롯이 성화의 안위만을 빌었다. 

 

 

 

*

 

 

 

황태자가 그대로 황위를 이어받았으나 아직 후사가 없어 자동으로 성화는 계승 2위에 올랐다. 그러자 바로 위의 황제(皇弟)-선황의 둘째와 넷째-들은 선황의 장례가 끝나자마자 타국으로 떠난 지 오래였고 황궁에 남아있는 유일한 계승자는 성화였다. 의주 귀족들은 성화를 황태제(皇太弟)로 삼으라는 압박을 해왔다. 서궁의 황태후는 의주 귀족들이 힘을 키워왔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기회를 노리고 있을 뿐이었다. 황제는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일단 성화를 황태제로 삼았다. 성화는 황위에 한발짝 다가서자 품어왔던 야심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의주 귀족들이 주장하는 의주의 자치 독립에 힘을 실어주었다. 황제는 생각을 해보겠다며 대답을 미뤘다. 

성화와 황제가 대립을 하고 있을 무렵 우영은 사색이 되어 황태후의 앞에 있었다. 황제에 의견에 반하는 의주 귀족들과 연 씨를 오늘 밤 반역을 명분으로 모조리 없애겠다는 황태후의 말을 몰래 전해 들었던 것이었다. 

 

"네 말대로 성화는 살려주는데 무슨 문제더냐."

"귀인 마마는 죄가 없습니다."

"황태제의 사지를 잘라놔야 하지 않겠느냐. 반역은 꿈도 못 꾸게."

"황위를 욕심 내시는 분이 아닙니다."

 

어떻게 확신하지? 그 말을 들은 우영은 자신의 지난 모든 과오를 밝히기로 결심했다. 아버지를 잃었는데 어머니까지 잃게 할 수 없었다. 성화가 회의와 교육까지 끝내고 왔다는 소식을 듣자 한걸음에 달려갔다. 고단한 하루를 보냈는지 무표정이었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궁녀에게 석반을 내어오라 명하고 우영의 손을 잡았다. 

 

"어쩐 일이냐? 네가 먼저 나를 다 찾아오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귀인 마마께서 위험하십니다. 성화의 표정이 굳었다. 우영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자신이 서신으로 서궁과 내통했으며 이미 서궁은 의주 귀족과 연 씨를 칠 계획까지 모두 말했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어떻게 생활하는지만 알려주면 되는 줄 알았다고 말을 전했다. 그러나 이미 한번 그렇게 된 거 두 번이 뭐가 어렵냐며 성화가 의주에 자주 가는 이유까지 모조리 말을 해버렸다고 이야기 했다. 우영은 흐느끼고 있어 그다음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잘못했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성화가 눈물을 닦아주며 우영에게 입을 맞췄다. 우영의 눈이 커졌으나 이내 눈을 감고 서로의 혀에 닿은 거친 촉감만을 느꼈다. 잠시 입술이 떨어졌다 다시 붙었다. 두 번째는 우영이 먼저였다. 처음과는 달리 부드러운 느낌에 우영은 긴장을 내려놨다. 긴 입맞춤 후에 거친 호흡을 삼켰다. 정적이 둘의 사이를 맴돌았다. 그리고 정적을 깬 건 성화였다.

 

"영아, 너는 나를 배신한 적이 없는 거다."

"…"

"하지만 앞으로 그 입은 내게 진실만을 말해줬으면 해."

"…"

"이건 내가 돌아오면 전해주겠니?"

 

우영의 것과 같은 붉은 천의 보자기였다. 다만 성화의 것은 새겨진 글자가 달랐다. 우영은 제 머리칼을 헤집는 그 손을 놓지 않기로 다짐했다. 우영의 이마에 성화의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다. 성화는 그 길로 남궁으로 향했다. 우영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 앉았다. 그리고 머릿속을 스치는 사실이 있었다. 성화가 종종 의주를 다녀올 때 이용하는 지름길을 황태후에게 알려준 적이 있었다. 어쩌면 그 사실을 알고 군사를 그 지름길에 풀어놨다면……. 

황궁을 나가는 지름길은 매우 험했다. 동궁에 뒤쪽에 위치한 숲속을 통하는 길이었다. 그다지 넓은 곳은 아니기에 곳곳에 군사들이 숨어있다 덮치면 말 그대로 사면초가 신세였다. 우영이 달려가 마주한 풍경은 처참했고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재빨리 몸을 움직여 성화가 어딨는지 찾았으나 도무지 제 눈앞에 보이질 않아 속이 타들어 갔다. 험한 산길에 온 몸이 이미 상처투성이였으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산을 넘으면 바로 의주로 향하는 길이 있었는데 아직 산을 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영은 한 번밖에 와보지 못했던 길이라 헤맬 수 밖에 없었다. 

계속 찾아도 흔적조차 보이질 않아 우영은 단념했다. 이때까지도 소식이 없다면 아마도 잘 빠져나갔으리라 생각했다. 산 중턱에서 다시 동궁으로 돌아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성화가 무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그러나 우영은 자신해서는 안됐다. 저를 기다리는 황제의 의복에 있는 붉은 흔적을 보니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성화와 그리 오래 지냈으면서 성화를 잘 모르는 듯싶어, 네가."

"황태제는 어디 계십니까."

 

끓어오르는 분노를 꾹 누른 채 물었다. 우영이 반쯤 미쳐있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알 정도였다. 

 

"내가 가지지 못 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았으니. 나는 성화가 웃는 법을 모르는 줄 알았어. 근데 아니었더구나."

 

우영은 지금 황제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성화가 늘 외롭길 바랬는데 부모의 사랑을 죄다 차지하는 걔가 곁에 누구도 남질 않길 바랬다. 더군다나 걔는 내 앞을 사사건건 막아서며 방해하지 않더냐. 황위? 반역? 그런 건 다 명분일 뿐이다. 어떻게 외롭게 명을 다할까. 성화의 사람은 항상 내 사람이 되었는데 너는 그러질 못 했지. 그래서 나는 너를 미끼로 삼았다. 게다가 스스로 자처하지 않았느냐."

 

품 안에서 그간 자신이 황태후에게 보냈던 서신이 한 무더기로 나왔다. 

 

"내가 버젓이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끌어내리고 황태제를 내세워 황실을 마음대로 주무르려고 한 의주의 귀족들을 사형에 처한다. 또한 그에 가담한 모든 자를 그냥 살려두진 않을 것이다."

"…"

"내가 지금 돌아가면 할 이야기다. 그리고 또 하나."

"…"

"도망치던 황태제는 내가 직접 사살하였노라."

 

 

 

§

 

 

 

쪽잠을 청하던 우영이 지난 날을 회고했다. 우영은 언젠가 성화에게 왜 붉은 천에 금색 실을 수놓았는지 물었다. 성화는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너도 알지 않느냐. 홍색은 사랑을 의미하는 걸."

"황자님…?"

 

예상한 대답은 아니었는지 우영이 연신 헛기침을 했다. 얼굴을 마주하고 눈을 마주치면 얼굴부터 귀까지 빨개졌다는 걸 들킬까 부끄러워 고개를 돌렸다. 성화는 말을 이어갔다. 

 

"의주에서는 혼인을 약속한 두 집안에서 선물을 주고받을 때 붉은 천에 감싸서 보낸단다."

"그럼 금색에도 의미가 있습니까?"

"아니? 그냥 잘 어울리지 않니?"

 

실없는 대답에 우영이 웃었다. 그리고 이어진 별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던 순간이 꼭 우영이 의주에 있을 때와 같아 성화는 그 시간이 멈추길 바랬다. 

 

"영아, 너는 나를 좋아하니?"

"존경하죠."

"그건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닌데."

"나중에 해드리렵니다. 황자님 하는 거 봐서요."

"너는 참 얄궂어. 그래서 너를 좋아해."

 

그때의 우영은 성화의 손을 잡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제야 후회를 했다. 끊임없이 제게 사랑을 말했는데 우영은 그에 대한 답을 제대로 해준 적이 없었다. 성화가 모든 순간에 자신을 생각한 것을 우영은 이제서야 깨닫는다. 

 

 

 

 

p.s.

안녕하세요 라미입니다! 두 번째에 이어 세 번째 섷른 합작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지난 합작이랑 비슷한 느낌의 글이 아닐까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후기가 길어질 것 같습니다. 우선 제목은 홍포지련 이라고 읽으면 되고 진짜 글자 그대로 직역해서 붉은 천으로 이어진 사랑입니다. 우영과 성화의 사랑의 징표가 글자가 수놓아진 붉은 보자기라 그렇게 제목은 정했습니다.
또 누군가가 사라지는 결말을 써왔는데 사실 성화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 싶을텐데 황제 옷에 묻은 피는 성화의 것인지 다른 사람의 것인지 불분명 하고 황제는 우영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그리고 성화를 완전히 잊을 수 있게 거짓말을 한 것이에요. 살았다면 우영이 앞에 나타나기까지의 시간은 좀 걸리겠죠? 뒷내용은 여러분들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_^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웡섷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