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다는 연하고 물보다는 진한
파카
WARNING
재혼가정 기반 근친을 소재로 한 글입니다. 해당 소재가 불편하실 경우 열람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빠가 생겼다. 그리고 동생이 생겼다.
*
새로 생긴 아빠와 동생은 남해에 산다고 했다. 어디인지도 정확히 모르는 시골이었다. 어쩌다가 만난 거야? 엄마는 수줍게 웃었다. 지난번에 출장 갔을 때 첫눈에. 뒷이야기는 듣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최근 출장이 잦았던 게 그 사람 때문이었구나. 엄마가 새 출발을 하기 바래왔던 성화로서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결혼식 없이 혼인 신고만 한다고 했다. 그래도 같이 살기 전에 얼굴은 한번 봐야 한다며 저녁 약속을 잡았다. 엄마는 인당 30만원짜리 한정식집을 예약했다. 예약 시간 20분 전에 도착해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 회사에 바지 정장을 입고 다니는 엄마는 오랜만에 예쁜 원피스를 입고는 계속 성화의 눈치를 봤다. 차가 많이 밀린대, 배고프지? 조금만 기다리자. 새 가족들은 그때부터 20분이 더 지나고 나서 도착했다. 주차장에서부터 급하게 올라온 듯 숨이 살짝 거칠었다. 태권도장을 한다는 엄마의 새 남편은 키가 크고 까맸다. 10년 전 기억 속 아빠와는 많이 달랐다.
"두 시간 더 잡고 출발했는데도 차가 너무 밀려서… 미안해요."
어린 기억 속 아빠는 하얀 얼굴에 안경을 썼다. 과씨씨였던 엄마와 아빠는 서로에게 존댓말을 쓰지도 않았다. 기억나는 마지막 말은 미안해. 왜 미안하다고 했더라. 어제 설거지를 못 해서였던가 혹은 우리만 남겨두고 죽어서였던가.
익숙하지 않은 존댓말의 미안해요 뒤에는 조그마한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안녕하세요. 분명 한 살 차이밖에 안 난다고 했는데 족히 세 살은 차이 날 것 같았다. 제 아빠와는 다르게 하얀 얼굴인 새 동생은 찢어져 올라간 눈만 아빠와 똑같았다.
"박성화입니다."
새 동생은 웃으며 인사하는 성화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았다. 성화가 저를 보며 싱긋 웃어주자 제 아빠 뒤에 숨기까지 했다. 제가 어디 가서 무섭게 생겼다는 말은 못 들어봤는데. 성화가 이야기하자 엄마와 새 아빠가 웃었다.
성화와 마주 앉은 새 동생은 식사 시간 내내 말없이 밥만 먹었다. 그래도 밥은 잘 먹었다. 몰래 말하고 싶은지 제 아빠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제 딴에는 조용히 말한 거겠지만 선명하게 다 들렸다. 아빠 이거 너무 맛있어요. 엄마가 많이 먹으라고 자기 접시를 밀어주었다. 부끄러운지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산?"
성화가 새로 생긴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후식으로 나온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산은 저를 부르는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긴장이 풀린 건지 혹은 맛있는 음식들에 녹아버린 건지,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얼굴이 한층 유해져 있었다. 찢어진 두 눈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가 반짝였다.
"잘 지내보자."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을 휘어 웃은 산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동생에게 먼저 말을 건넨 성화가 대견한지 엄마도 웃으며 성화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식사 내내 성화의 눈치를 보며 긴장해 있던 새 아빠도 그제야 웃었다. 웃고 있지 않은 건 새하얀 웃음의 동생이 이상하게 신경 쓰이는 성화밖에 없었다.
*
산은 중학교는 남해에서 졸업하고 싶다고 할머니 집에 남았다. 새 아빠만 먼저 올라와 성화의 집으로 들어왔다. 산이 중학교 마지막 겨울방학을 맞이하고 서울로 올라오는 데에는 일 년이 걸렸다. 그동안 셋은 가족이 되었다. 새 아빠는 성화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고 엄마의 피를 이어받은 성화는 거기에 속절없이 넘어가 버렸다. 성화의 성격이 모나지 못한 까닭도 있었다. 자기 눈치만 보는 산만 한 덩치의 새 아빠가 안쓰러워 보여 웃어주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가족이 되어있었다.
일 년 동안 산의 소식은 엄마와 아빠에게 들은 게 전부였다. 성화는 의식적으로 산을 피했다. 본인도 이유를 모르는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새 아빠가 진짜 아빠가 되고 난 이후에는 더했다. 셋이 만들어내는 안정적인 분위기가 산을 만나면 깨질 것만 같았다. 산이 서울에 오기 전날 밤, 성화는 밤새 저 자신을 달랬다.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동생이랑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넷이서 가족이 될 수 있을 거야. 소리 없이 입으로만 중얼거리는 저를 향한 주문은 공허하게 방안을 떠다녔다.
*
띵동. 현관 벨이 울리는 소리에 소파에 앉아 다리를 덜덜 떨던 성화의 고개가 들렸다. 네가 나가 보라며 엄마가 등을 밀었다. 문 앞에 서서 심호흡을 두 번 했다. 어젯밤에 인사도 연습했다. 안녕,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지냈어? 연습한 인사를 한 번 중얼거리고 문을 여니 보이는 건 커다란 캐리어 그리고 일 년 전보다 훨씬 커다래진 동생. 안녕, 오랜… 여전히 저보다 키는 좀 작지만, 확실히 달라진 모습에 나오던 인사가 쏙 들어갔다. 일 년 전만 해도 분명 세 살은 차이 날 것 같았는데 이제 한 살, 아니 동갑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형."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나이가 달라진 동생은 성격도, 목소리도 달라졌다. 일 년 전과 똑같은 건 길어진 앞머리에 가려져 있던 눈밖에 없었다. 길게 찢어졌지만 사이의 반짝임은 여전한 그 눈. 어디서 주워온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빠와 닮지 않았었던 산은 이제 제 아빠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성화의 엄마가 첫눈에 반한 그 얼굴.
첫 만남에서부터 느껴왔던 이상한 감정의 근원을 발견한 순간, 성화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구역질하는 성화의 등을 산이 조심스레 쓸었다. 엄마와 아빠가 달려와 걱정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왜 그래. 혼란스러운 분위기 사이에서 귀에 꽂히는 목소리. 형, 괜찮아요? 소름 끼치도록 부드럽게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성화는 산을 밀어냈다.
괜찮아. 걱정 마. 혼자 있을래. 모두를 쫓아내고 문을 닫아버린 화장실 벽에 기대앉아 숨을 골랐다. 새 가족을 완전히 받아들이긴 했구나. 그러니까 이렇게 역겹지.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성화형. 조그맣게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성화는 눈을 감았다. 괜찮아지면 나와요, 나 여기 있을게요. 문 옆에 앉는 소리가 들렸다. 형 있잖아요. 아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데도 산은 상관하지 않는 듯했다.
"작년에 형 처음 본 날, 나 천사를 만난 줄 알았어요. 친구들한테 형 생긴다고 자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잘생긴 형일 줄은 몰랐거든요. 그래서 말이 하나도 안 나오는 거예요. 바보같이."
산은 성화를 진정시키기 위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걸 테지만 그 덕에 성화는 심란해지기만 했다. 제 아빠와 성격마저 똑 닮은 아이는 너무 착했다. 성격이 더러웠으면 좋았을 텐데. 모아 앉은 두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동안, 산은 문 앞을 떠나지 않았다.
*
산이 입학한 고등학교는 성화의 학교와는 꽤 거리가 있었다. 산은 배정 소식을 듣고 아쉬워했다. 결국 성화가 선택한 해결책은 산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었으므로 성화에게는 다행이었다. 학교에서는 만날 일이 없으니 집에서만 안 만나면 되었고, 그러기 위해 독서실에서 자정까지 있다가 들어가는 생활이 이어졌다. 공부는 체질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딴생각 안 하기에는 공부만 한 것도 없었다.
가끔 산을 마주칠 때면 성화는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자신을 보고 눈에 띄게 밝아지는 얼굴이나,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꽉 잡는 손목이나, 성화가 한마디 대답이라도 해주길 기대하며 잔뜩 쏟아내는 질문이나, 대답을 듣고 휘어지는 눈꼬리 같은 것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새로 생긴 형이 자기를 싫어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동생에게 매몰차게 구는 건 그의 성격이 아니었기에 무척 힘들었다.
"형, 오늘 모의고사 끝나고 뭐 해요? 엄마, 아빠가 영화 보러 가자고…"
"미안, 공부하러 가야 해. 셋이 다녀와."
거절을 들은 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애써 못 본채 하며 성화는 집을 나섰다. 하지만 한 번 눈에 들어온 얼굴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서 구역질했고 모의고사는 완전히 망했다. 진이 빠져버린 채로 도착한 독서실에서는 공부는커녕 엎드려 울기만 했다. 뭐가 이렇게 힘들지. 이 와중에도 떠오르는 하얀 얼굴에 성화는 저 자신의 역겨움에 진절머리가 날 것 같았다.
자정이 되어 독서실을 나온 성화의 얼굴은 내내 흘린 눈물로 팅팅 부어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 층으로 내려오니 시원한 빗소리가 들렸다. 비 온다는 소식 없었는데. 오늘은 뭐 하나 되는 일이 없었다. 이미 부모님은 주무시고 계실 게 분명해 전화를 할 수도 없었다. 비 잔뜩 맞고 감기 걸려서 좀 아프다 일어나면 쓰레기 같은 이 감정도 없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과 함께 그냥 나서려고 할 때 누가 성화를 불렀다.
"형 아침에 우산 안 가져갔잖아요."
생각하지도 못한 사람의 등장에 놀란 성화가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자 우산을 펼친 산이 성화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얼른 가요. 우산은 그리 크지 않아서, 둘의 어깨가 조금씩 젖어 들어갔다. 산의 옷도 성화와 마찬가지로 교복이었다. 너 교복…
"괜찮아요, 다른 거 입으면 되지."
"그게 아니라 왜 교복이냐고. 집에서 온 거 아니야?"
"시험 끝나고 친구들이랑 밥 먹고 집에 오는데 비가 오더라고요. 형 우산 안 가져간 게 기억나서 바로 온 거라 아직 교복이에요. 그래서 우산도 하나밖에 없고요. 하나 더 가져왔어야 하는데, 미안해요."
"영화는?"
"형 빼고는 안 보고 싶어서 보지 말자고 했어요. 다음에 시간 될 때 다 같이 봐요."
"그럼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음… 잘 모르겠어요. 형이 언제 나올지 몰라서 계속 있었으니까."
얘를 진짜 어떡하지. 성화는 멈춰서서 산의 얼굴을 보았다. 산은 영문을 모른다는 얼굴로 성화를 따라 멈춰 섰다. 기다릴 필요 없었어. 온갖 감정을 꾹꾹 눌러 이야기했다. 산은 성화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한참을 고민했다. 그 사이 둘의 어깨는 눈에 보일 만큼 젖었다. 성화는 우산 위로 타닥타닥 떨어지는 빗소리에만 집중했다. 그러지 않으면 조금씩 스치며 부딪히는 산의 손을 잡아버릴 것 같았다.
"나 친구들 우산 안 가져오면 같이 쓰지도 않아요. 형이니까 기다린 거예요. 성화 형이니까."
대답을 듣자마자 성화는 무작정 뛰었다. 산의 옆에 있다가는 충동적으로 말해버릴 것 같았다. 나 너 좋아해. 아주 역겹지만 그래.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했어. 거칠게 내리는 빗방울에 제대로 눈을 뜰 수가 없었지만, 그냥 뛰었다. 뒤에서 산이 우산을 들고 따라 뛰었다. 형, 성화형! 산의 목소리는 빗방울에 가려 들렸다가 들리지 않았다가 했다.
완전히 젖어서 집에 도착한 성화는 한동안 학교도 가지 못할 만큼 앓았다. 한참을 아프고 일어났으나 성화가 생각했던 것처럼 병이 낫지는 않았다. 성화는 여전히 산을 좋아했다.
*
그날 이후 성화의 태도가 조금은 달라졌다. 여전히 독서실에 갔다가 자정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최소한 얼굴을 마주할 때만은 산을 향해 웃었다. 산은 그게 자기가 우산을 가져다준 보답이라고 생각했다. 더 친해질 수만 있다면 백번은 더 가져다줄 수 있는데. 하지만 산이 아무리 그래도 둘이 더 가까워지는 일은 없을 터였다.
독서실에서 산 것이 아주 헛되지는 않았는지 성화는 원하던 대학에 합격했다. 원하던 대학이라 함은 산이 오지 못할 정도로 입결이 높으면서도 집과 멀리 떨어져 있는 대학을 의미했다. 자취방을 구해 집을 나가던 날, 산은 눈썹이 잔뜩 쳐진 채로 아쉽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런 산이 성화는 너무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미련 없이 집을 나왔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괜찮은 애랑 괜찮은 연애를 했다. 그러다가 헤어지면 또 다른 괜찮은 애랑 괜찮은 연애를 했다. 괜찮은 정도, 딱 그 정도였다. 성화가 그렇게 느끼는 게 다 티가 났는지 애인들은 금방 이별을 고하곤 했다.
방학에도 집에 돌아가지 않고 자취방에 머물렀다. 가끔 부모님이 오셔서 반찬을 채워주셨다. 산은 얼굴을 단 한 번도 비추지 않았다. 성화도 집에 가지 않았으니 쌤쌤인 셈이었다. 얼굴을 보지 않아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보고 싶어 서운했다. 성화는 자신의 마음이 의도와 달리 점점 깊어지는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
산을 다시 만난 건 수능 고사장 앞에서였다. 엄마가 산이에게 응원이 필요하다며 오라고 전화했다. 산이, 공부한다고 너도 못 보러 간 거야. 말은 안 해도 네가 와줬으면 하는 거 같던데. 성화의 수능 날, 졸린 눈을 비비며 시험장 앞까지 왔던 산이 생각났다.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잘 보든 못 보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우리 형이라고 말해줬었는데. 그런 말은 못 해주더라도 가야 할 것 같았다. 수능 전날, 성화는 수능 응원에 입고 갈 옷을 고르느라 4시가 다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결국 거의 못 자고 출발한 성화는 집에서 오는 산과 가족들보다도 일찍 도착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추운 날씨에 멋 부린다고 입고 온 코트는 너무 얇았다. 목도리라도 해서 다행이었다. 산이 작년 생일 선물로 준 목도리였다.
익숙한 차가 교문 앞에 섰다. 성화가 부르기도 전에 성화를 발견한 산이 달려왔다. 형, 못 올 줄 알았는데. 추운 날씨에 산의 볼이 금방 발갛게 달아올랐다. 성화가 기억하고 있던 얼굴보다도 더 성숙해진 얼굴을 보고 성화는 괜히 왔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화장실에서 살겠네.
"긴장하지 말고 잘 봐."
"꼭 그럴 거예요. 나, 형이랑 같은 학교 갈 거니까."
"……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산은 교문으로 들어가면서도 계속 뒤를 돌아 성화를 보았다. 성화가 웃자 그제야 안심한 듯 뛰어 들어갔다. 집에 가 아침을 먹고, 부모님이 출근하신 뒤에 성화는 처음으로 산을 생각하며 자위를 했다. 종일 올라오는 구역질에 화장실을 들락날락했지만 그래도 후회하지 않았다.
*
산은 결국 성화와 같은 학교에 합격했다. 성화는 혼자 살던 원룸에서 산과 함께 살 투룸으로 짐을 옮겼다. 산이 집에서 짐을 들고 들어온 날, 둘은 거실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산은 성화에게 대학 생활에 대한 이것저것을 물었다. 성화는 대답하면서도 정신은 딴 데 팔려있었다. 이제 방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지 않을까 하는, 어이없으면서도 말이 아예 안 되지는 않는 그런 생각.
"형, 왜 그동안 나 피했어요?"
그러기에 갑자기 들어온 질문에 더 당황했다. 산이 취했나 확인했지만 멀쩡했다. 성화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바닥만 봤다. 내가 널 좋아해서? 그런 나 자신이 너무 역겨워서? 거짓말을 하기는 싫었고 그렇다고 진실을 말하기는 더 싫었다. 침묵이 길어지자 산이 마시던 맥주를 원샷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형 좋아하는데."
"응?"
"좋아해요. 아니, 사랑하는 것 같아요."
형도 그렇지 않아요? 생각하지도 못한 말과 생각하지도 못한 질문. 성화의 경악한 표정에도 산은 아무렇지 않았다. 부끄러워하는 대신 과감했다. 산의 눈동자가 검게 물들었다. 반짝이지 않는 저 눈을 성화는 절대 못 이길 게 분명했다.
"우리 가족이야."
부정은 아닌 대답에 산이 웃었다.
"우리 가족 아니에요. 남남이지."
산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성화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가족이면 어때요?"
성화의 입에서 멀어진 산의 입술은 성화의 목으로 향했다. 어느새 산의 손은 자연스레 성화의 잠옷 단추를 풀고 있었다. 그래 가족이면 어때. 산의 그 한마디가 주문처럼 울렸다. 성화의 손이 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거 무엇을 그리 고생했을까.
*
다음 날 아침. 식빵 냄새를 맡고 눈을 뜨자 성화의 손에 토스트와 딸기 우유가 들렸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먹었던 딸기 아이스크림 맛있었는데. 마찬가지로 손에 딸기 우유 단지를 들고 있는 산이 말했다. 그때 내가 너한테 잘 지내보자고 했었잖아. 아직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성화가 말했다. 그때 그 말처럼, 우리 잘 지내게 됐네요. 산이 웃었다. 혼자서 한참을 실실거리다 성화를 보았다.
"사랑해요."
"……응."
사랑해 혹은 나도라고 대답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하지만 이제 더는 구역질은 하지 않았다. 그거면 산은 행복했다.
p.s.
근친 낫섷이 참 맛있어요. 드셔보세요. 그리고 연성해주세요.